정미경 `아프리카의 별` 문학동네 刊, 288쪽, 1만원

“정오의 사막은 붉은 분홍이다. 이 시간엔 부러 그러지 않아도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천지는 고요하고도 소란하다. 와랑와랑. 햇빛은 희게 빛나는 동시에 속삭이며 부서진다. 모래가 잔뜩 삼킨 열기운을 붉게 토해내면 대기는 부옇게 산란하며 뒤챈다.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소설가 정미경씨(50)의 새 장편 `아프리카의 별`(문학동네)은 드넓은 사막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몇년 전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한 작가는 그 `검은 황홀의 땅`에서 스며 나온 기억을 소설에 녹여냈다.

소설의 배경은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의 모로코. 작가가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화려한 별장과 지난해 경매에 부쳐져 중국과 프랑스 사이에 갈등을 빚은 그의 유품이 소재가 됐다. 2008년 타계한 이브 생로랑의 소장품 중에는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제2차 아편전쟁이 끝나고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베이징 원명원(圓明園)에서 약탈한 쥐머리 청동상이 있다. 소설은 이들이 쥐머리 청동상을 둘러싸고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각자 다른 욕망과 사연을 가진 인물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다. 이들에게 아름다움이란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작가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가치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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