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무더기로 수주하면서 불황의 골에 빠져있던 국내 조선 시장에 희망의 빛줄기를 던졌다.

 삼성중공업은 2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10억3천만달러(1조2천600여억원) 규모의 8천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지난 2년간 5천TEU급 이상의 중.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던 상황에서 전해진 이번 ‘낭보’는 컨테이너선 시장 회복의 신호탄이자 실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STX조선해양도 8천TEU급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한 최종 협상을 에버그린 측과 진행 중이어서 국내 조선업체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노인식 사장은 “작년에는 컨테이너선 발주 관련 문의가 한 건도 없었지만 올 들어서는 싱가포르, 홍콩, 그리스, 남미 등의 해운사로부터 입찰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그린은 대만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10척가량의 중.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져 컨테이너선 시황이 세계적으로 꿈틀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컨테이너선 시황을 가늠할 수 있는 운임지수는 연초 대비 80%가량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을 운반하는 컨테이너선은 불경기일 때는 가장 먼저 침체에 빠지지만 경기가 살아날 때는 가장 늦게 회복되는 특성이 있어 이번 발주 재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물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항로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늘면서 대형 컨테이너선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이 선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해야 할 적기라고 판단하는 선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8천TE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올해 초 8천600만 달러에 형성됐지만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척당 1억 달러 이상에 수주할 정도로 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994년부터 47척의 선박 전량을 일본 업체에 발주한 에버그린이 이번에 한국으로 거래처를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컨테이너선 건조 시장의 회복은 해운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은 해운 경기가 올해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 이후에는 깜짝 실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