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사건 발생 8일 만인 1일 오전 경남 거창군에서 실시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 성서경찰서는 1일 형사 3개 팀과 경비인력 등 40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 피의자 김모(25)씨가 지난 23일 새벽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서 납치한 여대생 이모(26)씨를 같은 날 오후 10시께 살해한 경남 거창군 거창읍 당동마을 입구에서 검사 입회하에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날 오전 10시10분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경비인력으로 길 한쪽을 봉쇄하고, 10시20분께부터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 남색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흰색 마스크, 검은색 모자를 눌러 쓴 김씨는 마네킹을 이용, 이씨를 살해할 당시의 상황을 태연히 재연했다.

현장까지 따라온 한 유족은 “아직 유족들이 다 도착하지 않았으니 기다려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그냥 현장검증이 이뤄지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김씨가 태연히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자 오열하면서 김씨에게 거센 욕설을 퍼부으면서 경찰에 “범인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이씨의 어머니는 “경찰을 믿은 내가 미쳤지. 경찰이 이렇게 널 죽게 할 줄 알았다면...”하며 오열했다.

한 유족은 경찰이 현장검증을 위해 다른 차량을 천천히 달리게 한 것에 대해 “범인 잡을 때는 그렇게 손발이 안 맞던 경찰이 범인 숨길 때에는 어쩜 저리도 손발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유족은 “그렇게 자신 있게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경찰들이 범인도 눈앞서 놓치는 등 부실 수사로 피해자를 죽이더니 이제는 현장검증까지 부실하게 해 유족까지 죽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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