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계약자들이 낸 중도금을 타용도로 전용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부동산시장의 최대분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 급증으로 각종 민원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예고되면서 건설업계의 이같은 병폐는 건설업계의 부조리와도 연계되는 양상을 보여 법·제도적인 차단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포항지역의 경우 올 들어 미분양 아파트 문제로 인해 시공사들의 편법분양과 부실시공, 당초 분양조건과 다른 과장광고로 인한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 등을 주장하는 아파트 계약자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주)청구가 채권은행들이 실시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분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설사의 중도금 전용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포항 북구 우현동에 지벤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짓고 있는 청구는 중도금을 타 사업장에 투자하는 바람에 지난해 10월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는 지역의 비난 여론을 낳았다.

지난 1월 공사가 재개됐지만 여전히 예정공정률을 밑돌아 계약자들의 불만을 키워오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당초 분양조건으로 내걸었던 중도금 대출 이자 대납까지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로 알려지면서 아파트 계약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설사들의 `양심경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는 “어디 청구만 해당되겠느냐. 중도금 전용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없는 한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다”며 문제 해결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건설사들의 공사비 전용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관계 당국에서도 “사기업의 재산을 아무렇게나 관리·감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제도와 같은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고, 사적 재산과 관련해 사전에 자금의 흐름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중도금 등 공사비 전용은 이미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것이 공사 지연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적잖은 혼란과 피해를 낳게 된다. 이 때문에 분양보증제도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울산의 한 지역에서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악용한 시행사를 상대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예가 있었다. 공정률에 따라 중도금을 분할 지급할 수 있는데도 지급 시기에 앞서 은행 대출을 받아 이자부담을 입주민들에게 떠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이 중도금(대출) 제도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음에도 법적 규제에 많은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의식 전환이 최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명은기자 km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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