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닮은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어딘가에 다른 점이 있다. 남과 다른 점이 창의성의 속성 중 중요한 부분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이미 내면에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잘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태생적으로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동생활을 하면서부터 서로 같아지기를 바라는 속성을 갖게 되었다. 공통분모를 찾으면 조직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서로 소속감과 협동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같아지려는 속성이 어떤 때는 다수의 의견이 옳지 않아도 쉽게 그것을 따르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심리를 동조(conformity)라고 한다. 동조는 집단지능을 발휘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습관이다. 이렇게 습관화되다시피 한 같아지려는 속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점을 찾아 발전시키기 보다는 공통점을 찾아서 안정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다른 행동을 하면 그냥 다를 뿐인데도 틀린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남다른 아이디어를 낼 때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창의성으로 승화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창의의 세계에서는 틀리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다르다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우리나라에는 집단 동조 경향이 특히 강하다. 이러한 `우리` 의식은 혈연, 지연, 학연을 통해 더욱 강화되며 `우리 마누라`와 같이 써서는 안 될 단어에까지 붙이게 된다. `우리` 의식과 같은 집단사고(Group thinking)는 친밀도를 높이는 데는 좋지만 개인의 독특함을 드러내야 하는 창의의 세계에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는 집단사고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찬성이냐 반대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와 만장일치를 자랑으로 여기는 회의문화는 다양한 사고를 제한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와 같은 속담이 설득력을 얻는 사회 구조 속에서는 남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MBTI 심리검사에서는 인간을 감정형과 사고형으로 구분한다. 판단 기준이 주로 기분에 관련되면 감정형, 원칙과 원리이면 사고형이다. 감정형 인간은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사람들과 공감하기를 잘 하며, 관계를 강조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갈등과 논쟁을 피하려고 하고 다소 예민한 편이다. 사고형 인간은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분석을 잘 하며, 경쟁력을 강조한다. 또 비판을 잘 하고, 논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며, 종종 냉정하거나 무감각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고형 인간이 융통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정한 어떤 이치에 맞추어 행동하는 경향일 뿐 이러한 특성만으로 사고형 인간이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만약 감정형과 사고형 인간이 함께 어울린다면 서로 다른 성격 특성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이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시각에서 해법을 찾게 되어 도움이 되지만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면 논쟁을 벌이다가 관계가 나빠질 것이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날, 여우가 두루미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여우는 수프와 잘게 다진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상에 올렸다. 두루미는 자신의 뾰족한 부리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두루미는 화가 나서 일찍 자리를 뜨고 말았다. 며칠 후 이번에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하였다. 두루미는 일부러 음식을 목이 긴 병에 담아서 내놓았다. 여우는 두루미가 대접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여우와 두루미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상대편을 화나게 하였다. 만약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했다면 대접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것이고 둘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 요인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가정에서 몇 안 되는 식구 중에도 서로 다른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글로 표현하기를 좋아할 수 있다. 이때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창의성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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