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청소년들의 절반 정도가 6·25 전쟁이 발생한 연도를 모르거나, 남북통일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는 지난달 28일부터 최근까지 포항지역 남·녀 중학교 2학년생 각 300명씩을 대상으로 `6·25 전쟁 및 남북통일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82%)은 6·25 전쟁이 북한의 도발에 의해 시작됐다고 알고 있지만, 언제 일어났는지를 확실히 아는 학생들은 58%에 불과했다. 6·25 전쟁 당시 16개국의 연합군이 참전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도 35%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 당시 남북한 국가 원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승만 대통령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85%, 김일성 주석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76%였다.

또한, 1·4 후퇴가 중국의 참전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포항지역 중학생은 37%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상륙작전을 맥아더 장군이 주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은 67%에 그쳤고, 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견해 우리나라를 도운 국가에 대해서는 35%만이 정답인 16개국이라고 응답했다.

`6·25 관련 정보` 습득 학교수업 28%

“제2의 6·25 전쟁 가능” 55% 응답해

미군 한국 주둔 63%가 “더 있어야”

포항지역과 관련해서는 33% 학생들만 포항시가지가 북한군에 함락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36%의 학생들이 학도병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학생이 6·25 전쟁 당시의 학도병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서는 참전하겠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고, 참전하지 않겠다 23%, 외국으로 떠나겠다 22%, 모르겠다 21% 등의 순이었다.

남북통일 부분에 있어서도 48%의 학생들이 현재 분단상태가 이뤄지길 바라는 등 북한에 대해 비교적 배타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52%의 학생들은 통일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현재 상태도 상관없다는 학생들이 21%, 심지어 통일이 되면 안 된다는 학생도 11%에 달해,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48%)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 31%의 학생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동족으로서 한심하고 부끄럽다 30%, 모르겠다 18%, 그럴 수 있는 일이다 15% 등 대부분이 북한 권력체제에 부정적 생각을 견지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 학생이 일정기간 중단하거나(48%), 앞으로 해서는 안 된다(31%)고 답했으며, 42%의 학생들이 북한을 적으로, 55%의 학생들이 제2의 6·25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제2의 6·25 전쟁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점을 둬야할 분야는 54%의 학생이 국제관의 개선을 들었으며, 24%의 적잖은 학생들이 군사력의 강화를 꼽았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적대치는 63%의 학생들이 미군의 한국주둔을 찬성하고 나서는 등 미군에 관한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남한과 북한이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56%로 가장 많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통일될 가능성은 낮다고 답한 학생들도 60%에 달했다.

한편, 학생들이 6·25 전쟁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는데 학교 교육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과거에 비해 `반공의식`에 있어 많이 자유로워진 현대 교육의 특성때문인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교 교육자체가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기에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 진다.

6·25 전쟁에 관한 정보와 관련, 청소년들은 텔레비전과 신문(31%), 인터넷(19%)을 통해서 얻고 있으며, 학교수업은 겨우 28%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6·25 전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또한, 천안함 사태 때문이었다는 학생들이 43%로 가장 많았다.

포항지역사회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와 관련, 지금까지의 역사교육이나 통일과 관련된 교육들이 현실지향적인 요즘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만큼 형식적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우리 청소년들 중에 6·25 전쟁에 대해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이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국가관이나 민족관, 애국심은 기성세대가 기대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자기중심적이라고 풀이했다.

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재섭(교육학 박사) 책임연구원은 “이상의 결과로 봤을 때 우리 청소년 중에 6·25 전쟁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적, 교육적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가장 우선적이며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학교에서 개성과 자기주장이 강한 우리 청소년들의 지적 의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이 충실히 행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6·25 전쟁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 묻혀버리고 분단의 상태는 더욱 고착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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