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집중력과 탄탄한 조직력이 빛난 명승부였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곧바로 동점골을 넣고 추가골까지 터트린 태극전사들로선 결과는 비록 무승부였지만 승리만큼 값진 성과였다.

허정무(5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새벽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정수(가시마)와 박주영(모나코)의 골이 터지면서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아르헨티나에 0-2로 패한 그리스(1승2패·승점 3)를 제치고 1승1무1패(승점 4)로 조 2위로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결과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90분 내내 태극전사들은 공격적인 플레이와 효과적인 압박으로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막아냈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집중력의 효과 `나이지리아 넘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집중력을 잃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면을 잘 인지하고 경기를 치렀다”며 집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전반 12분 오른쪽 풀백 차두리(볼프스부르크)가 배후로 다가선 칼루 우체(알메리아)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잠시 흔들렸지만 전반 38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셀틱)의 프리킥을 이정수(가시마)가 동점골로 만들면서 금세 균형을 맞췄다.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앞두고 세트피스 훈련에 무게를 많이 뒀던 대표팀은 이날 뽑아낸 두 골을 모두 프리킥 상황에서 만들면서 훈련 효과를 만끽했다. 선수들의 볼에 대한 집중력이 골로 나타난 결과다.

이정수는 기성용의 프리킥볼이 길게 넘어오자 재빨리 달려들어 헤딩에 이은 오른발 연속 슛으로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열면서 선제골을 얻어맞으면서 잠시 움츠러들었던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박주영 역시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의 상처를 후반 4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뽑아내면서 대표팀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조직력에 승부수 `한 걸음 더 뛰었다!`

한국 선수들은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평균 7.680㎞를 뛰었다. 7.093㎞를 뛴 나이지리아 선수보다 한 발짝씩 더 뛰면서 파상 공세를 막아냈고, 또 빠른 역습으로 골 기회를 만들었다.

이청용(볼턴)은 “나이지리아 선수보다 미리 한 걸음 더 빨리 뛰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태극전사들은 이날 체력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데 집중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나서 나이지리아가 중원에서 짧은 패스로 다시 골 기회를 엿봤을 때도 선수들은 강한 압박과 더불어 공수 간격을 짜임새 있게 유지하는 조직력을 과시하며 추가 실점 기회를 넘겼다.

한 발짝 더 뛰면서 동료를 도와주는 선수들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동점골과 추가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