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 막걸리의 사전적 정의다.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쌀과 누룩, 물로 만들어지는 술이다.

온갖 기교와 향신료의 종합으로 만들어지는 여타 술과 달리 막걸리는 재료의 투박함에서 우리 민초를 닮았다.

더욱이 막걸리는 무더운 농번기 농사꾼의 땀방울 속에서, 또는 공사 근로자의 굳은살로 투박한 손에서 민중과 애환을 함께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막걸리의 색다른 변화는 얼핏 `외도`처럼 보인다.

색색으로 화장하고, 온갖 맛으로 재탄생한 막걸리는 더 이상 `민초의 술`이라 불리기에 어울리지 않는 점도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제 몇몇 사람을 넘어 전 세계 현대인들의 애환을 담아낸 막걸리를, 퇴근길 밥그릇에 담아낸 술 한잔과 함께 축하할 일이다.

본지는 최근 세계적 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막걸리의 인기를 조명하고, 지역 경제학적 측면에서 막걸리 시장의 나아갈 방향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우리쌀과 우리 막걸리 상생의 경제학
2. 막걸리, 이름값을 높이다
3. 민족전통의 술, 막걸리
4. 넓은 시장을 노려라

△막걸리 `열풍` 지난해부터 시작된 막걸리 유행은 이제 열풍으로 불릴 만큼 자리를 잡았다.

국순당과 서울탁주로 대표되던 국내 막걸리 시장도 롯데와 진로,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이 유통대행을 자처하면서 지역 막걸리의 해외시장 개척까지 이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무려 4천200억원. 막걸리 제조업체만도 533개에 달한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30.9% 늘어난 5천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2012년에는 1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쌀과 막걸리의 상생 그러나 이러한 막걸리 붐이 바로 농민들의 이득증대와 즉결된 것은 아니다.

쌀로 이뤄지는 막걸리의 특성상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막걸리 생산에 사용된 우리 쌀은 3천500t(농수산부 i§?계) 정도로 그 전해와 별 차이가 없다.

농수산부의 조사 결과 지난해 막걸리 업체가 사용한 원료는 수입 밀(58.4%), 수입 쌀(23.8%), 우리 쌀(13.6%), 기타(4.2%)의 순이었다.

수입 밀을 사용할 경우, 우리 쌀을 사용했을 때보다 무려 1병당 150원의 원가가 절감(농협 중앙회 소매 단가 기준)되는 까닭이다.

농수산부 관계자는 “`막걸리=값싼 술`이라는 등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탓”이라며 “막걸리원산지이력제가 추진되는 올해부터 20배가량의 우리 쌀 소비 증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풀뿌리 정책`이 중요 100% 쌀로 막걸리를 만들었을 때 사용되는 쌀의 소비량은 750㎖ 1병에 125g. 밥 한 공기에 소요되는 쌀 112g보다 11%나 많다.

이처럼 막걸리가 쌀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지역 지자체의 쌀 소비 정책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올해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막걸리 생산시설 현대화, HACCP 등 위생시설 보완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각종 공식행사에 사용되는 연회주, 건배주 등을 경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막걸리와 전통주를 이용하도록 각 시·군, 직속기관, 사업소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경북도내의 막걸리 생산업체는 77곳이며 쌀 관련 전통주 제조업체는 5곳으로 연간 1만675㎘를 생산한다.

하지만,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 제품개발 및 유통망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북도 쌀 산업·FTA대책과 관계자는 “최근 막걸리 열풍을 꾸준히 이으려면 무엇보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개발과 유통망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는 지역 영세업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쌀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도 지자체 혹은 지역 연구기관 단위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역시 포항막걸리가 최고란 말 듣는게 바람이죠”

■포항 탁주 합동제조장 탐방

포항시 북구 덕산동 중앙초등학교 옆 사거리의 포항탁주합동제조장. 일제시대 때 지어진 낡은 건물이지만 아직은 사용할만 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인도한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막걸리의 달달한 향이 이내 코끝을 스친다.

농번기에 할아버지에게서 나던 땀보다 진한 향이다.

이곳은 포항지역 대표 막걸리 `포항 생막걸리`와 `포항 신선생동동주`, `영일만 친구`가 만들어 지는 곳이다.

막걸리는 최근 중·장년층에게 옛 대포집의 향수를 채워주고, 젊은이들뿐 아니라 일본이들에게까지 웰빙주로 각광받고 있다.

덩달아 포항탁주합동제조장도 지난해 하루 평균 200상자 정도가 팔릴 정도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요즘도 하루 평균 350박스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쌀이 모자라니깐 주세법 시행령(1968년)이 개정되고, 막걸리 제조가 전면 금지(1964년)되기도 했었죠. 그때도 쌀 대신 밀가루로 막걸리를 담아 먹을 정도로 전통있는 술이예요” 포항탁주합동제조장 이봉식(73) 회장의 말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포항지역에서 탁주를 생산하던 11개의 양조업체가 1960년 정부시책에 의해 합처져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 포항탁주합동제조장의 발단이다.

이 회장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매일 새벽 양조장 앞에는 지게미를 얻어먹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이들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68년 양조장 통합으로 관리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나마 막걸리의 품질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이후 쌀 제고량이 늘어나면서 1990년, 쌀 막걸리 제조가 다시 허용됐죠. 그러자 40여년 동안 막걸리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져 버렸어요” 이곳 막걸리는 이른 시간인 오전 5시부터 제조가 이뤄진다.

당일 판매량만 생산해 판매하기 위해서다.

매일 공장이 가동하면, 먼저 찐 쌀을 효모와 섞어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국`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효모배양과 온도조절을 잘 해야하며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때가 바로 술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후 탱크에 고들고들하게 찐 고두밥과 함께 섞어 물에 담가둔다.

탱크의 아래와 윗부분의 온도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저어줘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7~10일이 지나면 발효돼 술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술은, 그 정성만큼 먹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는 섭씨 10도 이내에 보관하고, 10일내에 마실 것을 권한다.

포장을 한 후에도 발효가 이뤄지는 막걸리의 특성상 이 기간이 가장 맛있다 보관을 잘 한 막걸리는 10일이 지나도 괜찮지만, 보통은 공장에서 교환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모아진 폐주는 봄, 가을 나무에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간혹 막걸리 식초로 만들기도 한다.

“공장이 현대화돼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사람의 손길이 하나하나 미치지 않으면 좋은 막걸리가 탄생할 수 없죠. 포항탁주는 지역 쌀로 만들기 때문에 같은 지역사람으로 내 이름을 거는 것 같아 더욱 신경이 쓰이죠.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역시 포항막걸리가 최고`라는 말이 듣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