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은 능선위에서 좌표를 펼쳐들고 목표지점을 확인하는 찰나 적 토치카에서 중기관총이 맹렬히 발사되어 대원 2명 전사, 소대장은 무릎관통상을 당하여 뒹굴면서 나를 불러 가보니 보행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 연락병에게 소대장을 부축하여 내려가라고 하는데, 한사코 나의 바지를 붙잡고 울며불며 산 밑까지만 데려달라고 하여 2~3분 만에 갔다 올 생각으로 즉각 등에 업고 뛰어가 내려놓으니 손으로 산모롱이를 가리키며 저 곳까지만 데려달라고 애원한다. “지금 대원들은 적 토치카의 화력과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데 당신 신체적 안정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위생병을 불러주겠다!” 고 해도 막무가내다. 후방 수송부 장교로 전투경험이 없고 전쟁 공포감에 벌벌 떨고 있는 심정을 감안, 지체할 시간이 없어 다시 업고 단숨에 달려 산모롱이에 내려놓는 순간, 임시 중대장이 연락병과 다가오며 허리에 찬 권총을 빼 나의가슴에 갖다 된다. 이를 본 소대장은 “이 사람아, 내가 한사코 애원하여 억지로 여기까지 데려다주는 길이다. 보다시피 무릎관통상을 입어 과다 출혈로 응급치료가 안 돼 사정사정하여 이렇게 된 것이지 이 하사는 하등 잘못이 없으니, 차라리 나를 처분하라”고 한다. 소대장과 중대장은 계급이 중위이고 동향인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대원들을 두고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다. 용수철처럼 튀어 능선으로 올라가니 부상대원들이 속출하여 우회작전을 지시하고 토치카 좌측능선 너머로 몸을 날리며 `PR 자동화기사수 3명은 일제히 적 토치카에 집중엄호사격을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나를 따르라` 고 소리를 질렀다.

중기관총으로 무장된 철옹성 토치카를 폭파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맹렬하게 발사되는 총좌창구로 다가가 참호 안쪽에 수류탄을 던졌고 뒤 따르던 평북 정주출신 `정두선`대원이 던진 수류탄이 머리위쪽에 넓게 펴진 소나무 가지에 걸려 돌격자세로 엎드려 있는 대원들 속에 떨어지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주워 총좌창구로 던졌다. 수류탄이 폭발하는 순간, 총좌창구로 달려들어 M2칼빈소총 30발 탄창을 난사 한 후 참호 입구로 들어가 보니 전신이 벌창이 된 적 5명이 피를 흘리고 죽어있다. `토치카 완전 탈환되었다` 는 함성을 들은 대원들이 신속히 교통호로 뛰어들어 수색도중에 참호에서 나와 교통호로 달아나는 중공군을 발견, 총을 난사하자 `서두르지 말고 영점 조준 사격하라`고 외치는데 적 방망이 수류탄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 보여 급히 달려 가보니 어린 병사가 웅덩이 속에서 수류탄을 무수히 펼쳐놓고 한 개씩 주워 우리가 공격하여 오르던 쪽으로 던지고 있었다.

머리 뒤통수에 총을 들이대고 `손들어` 하니 수류탄 안전핀을 뽑는 찰나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한 모습인데, 중국어로 `쌍스이 라이라` (손들고 투항하라) 해도 수류탄을 손에든 체 빤히 올려쳐다 보고 있다. 뒤따라온 향도 최 하사가 지체 없이 총을 발사, 얼굴을 관통한 양미간의 뼈가 갈라져 최후를 맞는다. 최 하사 보고 `아직 어린데…` 하니 최 하사 왈 `얼마나 많은 대원들을 죽였는지…. 생각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사관님 미안합니다` 한다. 또 다른 참호에서 뛰쳐나와 교통호를 타고 달아나는 중공군을 발견, 일제히 사격을 하니 펄썩 앞으로 넘어지더니 일어나 다리를 질질 끌며 산모롱이로 사라진다. 대원들은 `고지의 적을 완전 소탕하고 탈환하였다` 하고는 우렁차게 만세삼창을 한다. 잠시 후 우측 고지 상단을 공격하던 9중대의 만세삼창 소리가 들린다. 노획무기, 적 사살, 아군 전사·부상자, 현 인원파악 후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고지 탈환 30분이 지나서야 중대장이 본부요원들을 앞세워 올라와서 대대장에게 609무전기로 전과보고를 하는데, 중대장이 진두지휘하여 고지를 탈환했다고 거짓보고를 하는 태도가 너무 못마땅하여 그 자리에서 물러나 상념에 젖는 순간, 급하게 나를 찾는다. 불쾌하여 못들은 척 체념하고 있는데, 연락병이 와서 중대장이 부른다고 하여 아니 갈 수 없어 중대장 앞에 가니 `전과가 어찌되느냐`고 물어 `저가 전과를 보고하지요` 하며 무전기에 다가서니 `그러지 말고 빨리 나에게 알려 달라` 한다. 중대본부 교육계 `엄규식`하사가 중대장 태도를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