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의 붉은물결 대구ㆍ경북 밤 수 놓아

`꿈은 살아 있다` 17일 밤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4대1로 패했지만 전국을 뒤덮은 붉은악마는 여전히 “꿈은 살아 있다”를 외쳤다. 이날 밤 대구·경북 곳곳의 응원전에서 지역민들은 태극전사들의 선전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때론 긴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23일 대 나이지리아전을 기약했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이날 밤 대구·경북은 21만여명의 `붉은 악마`가 12번째의 태극 전사가 돼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종교시설은 물론, 노·사·정대표들, 외국인은 물론,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의 고향과 모교에서도 힘찬 응원전의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승패를 떠나 한여름밤 지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길거리 응원전을 스케치했다.

열차시간도 잊은채 열띤 응원

○…대구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10만여명 붉은 악마들의`대~한민국` 응원소리가 도시 전체를 뒤덮은 가운데 동대구역 대형 TV앞에는 열차시간도 잊은 채 응원하는 시민들로 북적.

말그대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 전반전 박주영이 자책골을 기록하자 잠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곧 다시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태극전사들에게 기를 불어넣기도. 그러다 전반전이 끝나기 바로 전 이청용 선수가 극적인 골을 성공시키자 동대구역사는 환호의 함성으로 들썩.

가족응원단, 뒷정리도 깔끔히

○…대구 율하체육공원에는 경기가 시작도 하기 전인 6시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여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

이날 모인 5천여명의 시민들은 대형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한국 대표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경기가 끝나자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상대로 “정말 잘했다”, “우리 한국 선수들의 기량도 세계 수준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다”며 격려하는 모습.

대부분 가족 단위의 응원단으로 이뤄져서 그런지 경기가 끝나도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이며, 뒷 정리까지 아주 깔끔하게 해 진정한 붉은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기말고사 대학가 조용한 응원

○…이번주까지 기말고사 기간인 대학들이 많아 지난 그리스 전과는 달리 대학가 술집가는 비교적 조용. 대학측에서도 학생들에게 시험기간임을 강조하고 무리한 응원(?)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은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한국팀을 응원.

경북대 3년 재학중인 이선영(23·여)씨는 “시험기간만 아니면 친구들과 거리응원에 나가거나 맥주집 등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을텐데 아쉽다”며 “그래도 대회가 대회이니 만큼 친구들이랑 자취방에 모여 한국대표팀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나서 시험 공부할 계획이다”고 전언.

신도들과 함께 “대한민국~”

○…대구시 남구 관음사 대법당에는 500여명의 승려와 신도가, 달서구 도원성당과 칠곡군 왜관성당에서도 각 600여명, 300여명의 사제와 신도들이 모여 12번째 태극 전사로 활약하며`대~한민국`을 연호.

응원전, 노·사·정 따로 없다

○…응원전에는 노·사·정이 따로없었다. 대구지방노동청 청사에서는 최수홍 노동청장과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신동진 의장, 한국노총 경북지역본부 이명희 의장, 박상희 대구경총회장, 고병헌 경북경총 회장 등 노동관련 기관·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

`재경 포항향우회` 번개모임

○…서울에서는 재경 포항향우들이 번개모임을 통해 광화문 응원전에 합류함으로써 월드컵이 향우들간의 단합 촉매제가 되기도. 포항시 서울사무소 이설우 담당은 “국회, 정부 등 각처의 선후배들이 번개모임을 통해 광화문에서 `대~한민국, 포항`을 외침며 향수를 달랬다”고 전언.

상가밀집지역 행인발길 `뚝`

○…월드컵 아르헨전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8시께 포항시 남구 이동 상가 밀집지역에는 행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주점에는 한국팀을 응원하는 손님들의 함성으로 들썩.

미국 유학생 AJ(23)씨는 “지난 월드컵 때 한국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함께 한국에 온 친구들 5명과 함께 한국을 응원하러 이곳에 나왔다. 미국과 한국이 모두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기도.

한국이 전반전에 2골을 내주며 끌려가자 응원분위기는 다소 침체된 가운데서도 시민들은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전반전이 끌난 무렵 이청용의 만회골이 터지자 주점과 아파트단지 등지에서 `골인`을 외치는 함성이 동시에 터져나오며 동네가 들썩.

3대 한가족 13명 함께 `파이팅`

○…포항시 공식 거리응원장인 포항시 남구 해도공원에는 붉은 티셔츠 차림에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인 붉은 악마들로 북새통.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저마다 준비해온 먹거리를 먹으며 연신 `대~한민국`을 연호.

송도동에 사는 임진수(34)씨는 “3대 한 가족 13명이 응원전에 나왔다”며 “승패를 떠나 온 가족이 함께 대한민국을 응원을 하는 멋진 6월”이라며 파이팅을 외치기도.

쓰레기 직접 수거해 되가져가

○…이날 포항 해도, 북부해수욕장에는 최대인파가 몰렸지만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어 경찰이 안도. 또한 대부분 시민들이 차량혼잡 등을 우려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함으로써 예상과는 달리 교통은 정상적으로 소통되기도.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음식판매 차량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또 가족단위 응원객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쓰레기 등을 직접 수거하는 등 차분한 응원전 못지않게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

/사회부·대구본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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