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혜나(28·사진)는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이다.

그의 수상작 소설 `제리`(민음사 펴냄)는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대형 신인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써 학교 이름을 대 봤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 학생인 `나`, 그리고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출발부터 뒤처진 그들 “신(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춘들에게 일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뿐”이다.

당연히 주인공 `나`는 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당혹스럽고, 결코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구질구질한 삶을 끝낼 수조차 없다. 그는 더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상처 받은 청춘이다.

재수까지 해서 인천의 한 2년제 야간대학에 겨우 들어간 여대생인 `나`는 꿈을 묻는 말에 말문이 막히고, 구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사랑의 감정이 없었던 헤어진 연인과의 고통스러운 섹스로 그저 살아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그녀는 의미 없는 섹스를 마치 출근하듯 나누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오로지 고통의 징후로 환원한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유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뿐, 왜 혹은 어떻게 이토록 파괴적인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그녀의 초연한 태도는 부끄러움과 당혹의 몫을 모두 독자에게 건넨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썩은 동아줄이다. 하지만 그 줄을 잡으면 땅에 떨어질 줄 알면서도 잡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초연함을 `제리`는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제리`는 깜짝 놀랄 만큼 진솔한 자기 고백, 치열한 성적 욕망의 분출, 그리고 치명적인 성애 묘사로 인해 일견 `일본 연애 소설의 여왕` 야마다 에이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야마다 에이미를 이미 한 단계 넘어선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희망을 갖는 것이 섹스하는 것보다 더 비경제적인 88만 원 세대의 절대 절망과 자해적 섹스가 다큐멘터리보다도 더 리얼하게 동영상처럼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루저`들, 김혜나가 제시하는 비루한 20대의 삶은 이전의 한국 문학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롭고 낯선 지점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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