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시인
첫 원정경기 승리로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그 열기를 반영하여 인터넷에는 여러 검색어가 상위를 차지하지만 최근 `차두리 로봇설`이 가장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차두리 로봇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의 어린 시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둘째, 고되고 힘든 훈련 속에서도 그만이 혼자 웃고 있다. 이것은 많은 사진과 동영상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셋째, 차두리가 볼을 잡으면 해설하던 차범근이 조용해진다. 그 이유는 그의 플레이를 조종하느라그러는 것이다. 넷째, 차두리 유니폼 뒷면에 새겨진 이니셜 `D R CHA`는 사실 `Dr. CHA`다. 이것이야 말로 차 박사가 만들었다는 증거이다. 다섯째, 차두리 등번호 11번이 콘센트 구멍인데 백넘버로 위장해 놓았다. 그러나 현재 등번호는 22번으로 220V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뜻을 나타내 준다. 여섯째, 그의 머리는 `박박머리`인데 그것은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4차원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빈틈없는 수비와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이는 차두리에 대한관심과 격려의 말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버지 차범근의 조종설은 아마도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력을 드러내 주는 다른 표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입고 그 영향력 아래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부모의 영향력은 자식의 삶의 부분에서 가장 크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영향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버지가 쇼파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면 아이도 따라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고있다. 아버지가 폭력적이면 자녀도 같이 폭력적으로 살아가기 쉽다.

조선시대 현숙한 여인인 사주당 이씨가 쓴 세계 최초의 태교 관련 단행본인 `태교신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아기가 태어난 후 좋은 스승이 10년간 교육하는 것보다 태중에서 10개월 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아기가 잉태되는 날 아버지의 하루는 더 중요하다.` 아버지의 하루가 자녀에게 있어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나타내는가가 과학적으로 분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심중으로 이 글은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과대평가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즈음 월드컵 중계방송의 같은 화면에 번갈아 나오는 차두리와 그 아버지 차범근을 보면서 아버지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버지로서 좋은 영향력은 남기고 나쁜 영향력은 끊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은 `태교신기`의 글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미국의 초기 청교도 역사 속에서 가장 위대한 영향을 끼쳤던 사람 중 조나단 에드워드라는 사람이 있다. 에드워드는 청교도로서 정직한 삶을 살며 훌륭한 가문을 이루었다.

그리고 에드워드와 같이 뉴잉글랜드에서 자란 동네 친구였던 맥스 쥬크라는 사람이 있다. 맥스 쥬크는 신대륙에서 돈을 벌어 백만장자가 되리란 꿈을 꾸고 술집을 개업하여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다. 미국의 한 교육기관이 두 사람의 가계를 추적했다.

에드워드는 오늘날까지 617명의 후손을 두었는데 대학의 총장을 지냈던 사람이 12명, 교수가 75명, 의사가 60명, 성직자가 100명, 군대 장교가 75명, 저술가가 80명, 변호사가100명, 판사가 30명, 공무원이 80명, 하원의원이 3명, 상원의원이 1명, 미국의 부통령이 1명이었다.

맥스 쥬크는 1천292명의 후손을 두었는데 유아로 사망한 사람이 309명, 직업적인 거지가 310명, 불구자가 440명, 매춘부가 50명, 도둑이 60명, 살인자가 70명,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이 53명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너무나 극단적인 가계도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지금 나의 삶이 가진 모습이 좋든 나쁘든 삼 사대 후대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좋은 가문을 이루고 좋은 영향력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바라는 바이다. 이제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면 차범근 해설위원이 말을 문득 멈추고 조종하는 차두리의 활약을 기대해 보는 일이 즐거워 질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 이면에 새겨진 아버지의 영향력도 한 번 깊이 생각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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