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숨겨진 미국`
가쎄 刊, 1만5천원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어느 날 문득 전혀 모르던 배우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리에게 그토록 익숙한 미국도 가까이서 바라보면 전혀 모르는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총 때문에 그토록 피해를 입으면서도 총기 소유권이 헌법에 보장된 무장의 나라, 냉전체제가 붕괴됐는는데도 핵전쟁 벙커가 있고 핵전쟁 대비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숨겨진 미국`은 KBS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지은이가 미국에서 3년 동안 취재하며 본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았다. 민병에 뿌리를 둔 `무장의 나라` 전통이 대표적인 것이다. 서울대공원 14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규모(3만3천에이커)의 사격장이 있는 나라, 3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 쇼(gun show)가 열리는 나라,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장의 나라`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각종 총기와 부품, 탄약, 총기서적과 전투식량 등이 등장하는 `쇼`도 특이하지만, 총포상이나 제작업체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부부 등이 공구세트를 사듯이 쇼핑하러 오는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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