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의 참패를 계기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데 반해, 대구와 경북의 정치권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7일 당 연찬회에 이어 8일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당 쇄신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김정훈 의원 등 재선 의원들도 10일 전체 재선의원 첫 모임을 갖고 여권 쇄신책을 논의키로 했다.

민본21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연찬회에서는 국민이 요구하는 당·정·청 혁신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본질을 피하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는 선거 참패보다도 더 혹독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일으킬 뿐”이라고 말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또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당과 국정운영에 올바르게 반영하려면 청와대 참모진을 조기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참모진을 개편하고 국정운영방식과 인사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당내 오랜 문제인 친이 vs 친박의 갈등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또다시 해묵은 감정을 토해놓고 있는 셈.

친이계 진수희 의원은 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당·정·청은 각자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하지만 당이 먼저 변해서 청와대의 변화를 견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태근 의원도 “청와대와 당이 모두 반성해야 하나 당의 반성과 쇄신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선 청와대의 인적 쇄신과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빠를수록 좋다”며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도 신경전을 펴고 있다.

친이계는 “당 체제를 정비하고 7·28 재보선을 치른 뒤 8월에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와 중립성향 의원들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비상대책위 기간을 연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

한나라당이 내홍에 휩싸인 데 반해, 대구와 경북의 24명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한나라당 내의 쇄신 논란이 수도권 친이그룹과 TK친이그룹이 대립하던 지난 18대 총선에서의 모습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모습이다.

`민본21`에 참여한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10일 회동을 가질 재선의원들 역시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몰려 있는 반면, 대구와 경북의 초선 및 재선 의원들은 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쇄신 요구의 한 축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라는 점과,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그룹의 본거지가 TK”라면서 “쇄신 요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측에서 반론을 가한다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맞지 않고,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TK의 친박이 굳이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의원도 “이런저런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필요한 시점이 온다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비대위 체제의 한나라당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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