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 / 시인
안동에 고속도로가 개통될 때 쯤인가 보다. 도로에 땅이 들어가서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가 있었다. 그는 갑자기 횡재를 하다 보니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부를 누리고 살 건강이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래오래 살면서 부를 누려야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바램과는 달리 몇 년 후 부터 괜히 머리가 아프고 기력도 없어지고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 가 봐도 별 병명은 나오지 않고 실제 몸은 아프고 자식들은 아무래도 큰 병원에 나가 보셔야한다고 성화였다. 그러나 정작 큰 병원에 건강검진을 해 봐도 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별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 달 흘러 아무래도 노환은 아닌듯하고,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대도시의 더 큰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결과를 보고 돌아오려는데 의사가 증상을 곰곰히 다시 생각하더니 한 가지 의심나는 점이 있으니 한 번 더 검사 해보자 하였다. 정밀한 검사한 결과 그는 `중금속 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가 생각해보니 졸지에 자신이 부자가 되고나니 오래오래 살고 싶어 좋은 보약이란 보약은 다 사먹었고, 가족들도 그 많은 보약들을 싸 날랐었는데 정제되지 않은 보약 속에는 중금속이 다량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중금속에 중독되었던 그는 보약 먹는 것을 급히 중단하였지만 앓다가 결국 많은 재산을 가족들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

성경의 누가복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거뒀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내 소출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내 곳간을 헐고서 더 크게 짓고 내 곡식과 물건들을 다 거기에다가 쌓아 두리라. 그리고 나는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물건을 가졌으니 마음 놓고, 먹고 마시고 즐기리라. 그러나 하나님이 그에게 말씀했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돈이 많은 것은 행복의 조건 중에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앞의 이야기에서 처럼 부자들은 천국에 들어가기가 바늘귀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부자로서 12대 300년을 천국처럼 가꿔온 가문이 있다. 그 가문이 바로 경주 최부자집 인데, 부자로서 품위를 지키며 남을 도우며 살아간 후세에 계속 귀감이 되는 올바른 부자가문중 하나이다. 최부자집에 내려오는 다음 여섯 가지 교훈은 마음에 깊이 담아 둘만하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 당쟁에 얽혀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뜻이기도 하겠지만 지나친 권력에 대한 욕심이 결국 행복한 삶과는 멀어지게 만든다는 생각이 고인 교훈이다.

둘째,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사회에 환원하라는 뜻이겠지만 `세상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원리에 대한 깊은 깨우침을 엿볼 수 있다.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인정을 베풀어 적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삼음으로써 도움을 받아라는 뜻이다.

넷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 가진 자로서 없는 자를 업신여기지 않고 착취하지 말아서 가진 자의 올바른 입지를 만들고 오랫동안 그 입지를 굳히게 하는 뜻이 있다.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 낭비하지 않고 검소, 절약하는 것은 부를 유지하는 기본 생활태도이다.

여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네 번째의 내용과 유사하지만 더 깊고 넓은 뜻이 있다. 돈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생명을 아끼는 이런 철학이야 말로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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