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기상악화로 울릉도 여객선 운항이 나흘째 중단되면서 2천600여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에 발이 묶인 가운데 육지이동이 한시가 급한 일부 관광객의 애절한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 경북동해안에 내려진 강풍특보가 계속되면서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은 지난 23일 오전 5시를 마지막으로 26일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석탄일이 끼인 황금연휴를 맞아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 3천500여 명 가운데 1천여 명만 23일 새벽 울릉도를 출발한 썬플라워호를 이용해 육지로 이동했을 뿐 도동 2천600명, 저동 63명 등 총 2천663명의 나머지 관광객은 길게는 일주일 째 울릉도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관광객 대부분은 직장인들로 수 일 째 육지로 나가지 못해 회사 출근 등이 문제되자 울릉군청을 항의 방문해 소속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도록 해명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의 경우 이들보다 더 절박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E씨(57·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치료를 위해 매일 정확한 시간에 맞춰 항암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현재 복용 가능한 항암제는 27일 점심분이 고작이다.

당초 지난 21일 울릉도에 입도해 23일 출항할 예정이었던 E씨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항암제를 넉넉하게 준비했지만 기상악화가 지속되면서 남은 약은 하루치가 전부인 것.

더구나 여객선은 기상상황에 따라 빠르면 28일 새벽에나 관광객을 수송할 수 있어 정기적인 약 복용이 중요한 E씨는 애가 타는 심정으로 기상이 호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며칠 전 친오빠가 사망했다는 청정벽력의 비보(悲報)를 접한 K씨의 절박함은 더하다.

K씨 역시 21일 2박 3일 일정으로 울릉도에 입도했다가 24일 오빠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계획대로였다면 정상적인 장례절차에 참석해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었겠지만 기상악화라는 천재지변이 그녀를 몹쓸 동생으로 만들어버렸다.

울릉주민 유선규(51)씨는 “섬 특성 상 기상악화로 인한 여객선 운항 중단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 때마다 육지로 나갈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구르는 관광객들을 보고 있자면 주민들도 함께 애가 타는 심정이다”면서 “하루 빨리 기상이 호전돼 수 천 명이 육지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주)대아고속 해운은 27일 밤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썬플라워호를 빈 배로 울릉도에 들여보내 28일 새벽 관광객을 육지로 수송하는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울릉/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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