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동기조사 전문가인 제임스 비카리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그는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도중 3천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코카콜라를 마셔라Drink Coca-Cola」와 「팝콘을 먹어라Hungry Eat Popcorn」라는 자막을 매 5초마다 번갈아 가며 영화에 겹쳐 보이게 했다.

3천 분의 1초는 너무 빠른 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후 팝콘의 판매량은 평소 보다 58%, 콜라의 판매량은 18%나 증가했다. 이후 많은 광고회사들은 서브리미널이라는 이 기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는 인간의 무의식을 이용한 최면요법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비난 때문에 즉각 금지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영상 매체는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영상매체, 특히 TV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말 TV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한심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저질 웃음 퍼레이드, 난잡한 노래 가사, 온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춤사위 등등 가족들의 시청 시간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 수업시간에 4학년 여학생이 장기자랑을 한다고 해서 해 보라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섹시 댄스를 추어서 보기가 민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여가수가 TV에서 그와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면서 장기간에 걸쳐 제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부모들의 무지에 의해서 잘못 형성된 아이들의 버릇을 거짓말처럼 바르게 고쳐가는 정말 유익한 내용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특히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보고 자녀를 어릴 때부터 잘 키운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이 프로그램 중에 동생을 괴롭히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퇴행적인 행동을 하는 한 아이의 사례가 있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의 원인은 바로 동생이 생기고 나서 첫만남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동생이 태어났는데 부모가 사전에 만남에 대한 준비를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아기를 안고 나타나니 아이는 당황을 하게 되었고, 자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쏠리자 급기야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경우는 미리 새로운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인형놀이나 역할놀이 등을 통해 동생을 돌보는 교육을 했더라면 아주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또 하나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바타`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창의력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인 이 다로는 아이를 바꾸는 창의력 타임을 줄여서 붙인 말이다. 최근에 창의성 교육이 강조되자 TV 프로그램도 거기에 부응하고자 새롭게 편성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기초한 문제를 온갖 상상력과 추리능력을 동원해서 해결하도록 구성하였다. 연예인과 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퀴즈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입체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프로젝트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생각할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별 의미 없는 내용에 시간을 빼앗기는 다른 것들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다.

창의교육에서도 새로운 동생이 생길 때의 첫만남과 같이 창의와의 첫만남이 중요하다.

잘 된 만남의 기본은 교육을 받을 아이의 입장에서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컷 교육을 실시했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TV는 어떤 면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교육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시간적으로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냉커피를 잠시 들고 있게 한 사람과 따뜻한 커피를 잠시 들고 있게 한 사람을 각각 인터뷰 했을 때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던 사람이 질문자의 요구에 대해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일종의 점화 효과 때문이다. 먼저 어떤 자극을 주느냐가 바로 다음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만약 자극적인 TV를 본 후 공부를 한다면 그 장면이 공부를 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로체스터 대학의 앤드류 엘리엇 교수는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초록색을 보게 하면 창의성을 더 잘 발휘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제 자녀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활동을 하기 전에 어떤 TV 프로를 보여줄 것인가, 주변에 어떤 색깔을 배치할 것인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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