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연어 이야기` 문학동네 刊, 7500원

“세상을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그러니까, 벌써 15년 전이다. 눈맑은 연어와 은빛연어가 초록강에,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가장 슬픈 풍경 한 장을 남기고 사라진 것이. 그 한 장의 풍경은 `강물 냄새`를 머금은 채 이때껏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왔고,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풍경 하나를 더 가지게 됐다.

1996년 동화 `연어`를 출간했던 시인 안도현(49)씨가 15년 만에 신작 `연어 이야기`(문학동네)를 냈다.

`연어`는 4월 현재 114쇄가 발행돼 제작 부수가 86만 부에 이른다. 은빛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여행길에서 눈맑은연어를 만나고 삶의 본질과 존재의 아픔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 이번에 새로 나온 `연어 이야기`는 그 눈맑은 연어의 딸이 알 상태에서 깨어나 자신과 다른 연어를 만나 바다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 `나`가 알을 찢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을 찢고 밖으로 나가는 일을 궁리하느라 육십 일이라는 시간을 소비해버렸다. 내 머릿속은 두려움과 기쁨으로 뒤엉켜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을 빨아먹으며 버티고 버텼다. 그것은 공포였다. 공포가 나를 키워준 셈이다. 알에서 빠져나가는 날, 누군가 나에게 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었다. 알이란, 두려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말랑말랑한 구슬, 이라고.

두려움이라는 작은 구슬을 뚫고 나온 `나`의 앞엔, 다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경험했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은빛연어가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나`와 `너`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나, 다시 나와 너를 잇고 있는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 마음이 마음을 만나는 길에 대해, 서로를 물들이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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