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연 양
가슴을 울리는 천안함

박채연(용황초등 4년)

청와대 어린이 기자가 되어 출범식이 있던 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찍 서울로 출발했다. 지방이라 일찍 서둘렀는데 대구쯤 왔을 때 갑작스럽게 온 속보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청와대 긴급 속보`라는 제목에 백령도 부근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에 출범식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전날 저녁에 엄마는 뉴스속보를 봤다는데 출범식이 문제가 아니라 생사조차 확인을 못한 상태여서 오히려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다시 되돌아오는 기분은 아쉬움이 컸지만 아직 천안함이 갇혀 생사를 알수없다는 소식은 걱정보다도 아픔으로 다가왔다. 우리 외삼촌도 대위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군인이다. 명절때는 물론이고 1년에 얼굴 한번 제대로 잘못 보는데 군생활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외삼촌을 볼때마다 느낀다. 의무적으로 군인이란 이름을 달기도 하지만 외삼촌처럼 나라를 지키는 일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천안함 장병들 모두가 우리 외삼촌 같았다. 그들을 애도하는 물결이 백령도 바다에 파도처럼 높게 출렁였지만 대답없는 파도소리가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할머니와 엄마는 외삼촌 걱정에 습관처럼 안부전화를 걸었는데 외삼촌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다음에 통화하자는 짧은 대답으로 수화기를 내렸다고 한다.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고통과 긴 기다림이 가족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그 가족들의 고통의 호소가 가슴을 후벼파는 듯 했다. 백령도 바다에 긴 여운을 남긴 천안함 장병들의 합동 영결식이 있던 날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보내기 싫은 가족들의 마음은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연과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이 애가 쓰이듯 자꾸만 생각이 났다. 천안함 장병들 모두가 우리 외삼촌 같아서 그 빈자리가 더 크게만 보였다. 한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동료와 금양호의 선원들은 결국 마지막을 천안함 장병들과 함께 했다.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아픔으로 국민들을 슬프게 했지만 천안함 장병들을 위해 도움을 주기도 했고 답장없는 편지도 몇번을 보냈는지 모른다. 내마음 편하고자 그렇게라도 했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평생을 꼬리펴처럼 따라 다닐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는 천안함 장병들이 그립기만 하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그들이 꼭 외삼촌 같은데 사진속에서 웃고있던 그 모습을 더듬어 떠올린다. 사진속 얼굴을 쓰다듬으며 소리질러 불러도 보지만 돌아오지 못할 먼 여행을 떠난 그들이기에 아픔이 더 크다. 남겨진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이젠 그 아픔을 이겨낼 숙제만 남았다. 작지만 마음으로 전하는 위로가 큰 힘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