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깡패 같은 연인`서 삼류건달 연기

“25년 동안 영화 40편을 했는데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느 영화 하나 절실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영화배우 박중훈이 1986년 `깜보`로 데뷔한 지 햇수로 25년째를 맞아 필모그래피에 40편을 채웠다. 39번째 영화인 `내 깡패 같은 애인`은 20일 개봉할 예정이며 40번째 영화인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이달 초 촬영을 마쳤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박중훈은 이제까지 모든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김광식 감독이 연출한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반지하 방에 사는 삼류 건달 동철 역을 맡았다. 옆방에 사는 취업준비생 세진(정유미)과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가까워진다.

배꼽 잡고 웃다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 영화에서 박중훈은 볼품없지만 따뜻한 마음씨의 건달을 충실하게 연기했다.

그는 “재능으로 찍어야 할 영화가 있고 캐릭터에 확 들어가야 할 영화가 있다”면서 “`투캅스`는 재능으로 찍는 영화고 이번 영화처럼 캐릭터에 들어가는 것은 훨씬 애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했다”면서 “상황이나 극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웃음과 감동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감독과 생각이 같았다”고 덧붙였다.

성공작이었던 `라디오 스타`(2006) 다음 작품인 `해운대`(2009)에서 지질학자를 연기한 박중훈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중훈은 “쓰나미가 오는데도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캐릭터인데 관객이 박중훈에게 기대한 것은 무기력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자신에 대한 관객의 높은 기대치를 느꼈다고 말했다.

`내 깡패 같은 연인`도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과 인연을 이어간 영화다. `내 깡패 같은 연인`의 제작자인 윤 감독은 박중훈에게 “팔딱팔딱한 캐릭터”가 있다면서 출연을 제안했다.

“잘 만들면 의미와 재미가 함께 있는 좋은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중훈에게 영화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묻자 “제 입으로 좋은 얘기를 하긴 그렇다”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뒤이어 나오는 그의 말에서는 관객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영화 만들면서 `이럴 땐 관객이….`, `관객 입장에선….` 같은 얘기를 하루에도 20~30번 넘게 해요. 영화 끝날 때가 되면 수천 번 얘기하게 되죠. 무슨 말이냐면 오로지 영화는 관객을 위해 만드는 것이란 거죠. 수개월 작업했는데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올 때는 더 바랄 게 없어요. 관객의 반응은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박중훈은 신인인 김광식 감독에 이어 거장인 임권택 감독과 작업을 하는 상반되는 경험을 했다.

그는 “임권택 감독하고 작업하는 것이 더 편했다”면서 “신인 감독에게는 내가 선배다. 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감독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서 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권택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해서는 “역시 거장이라고 느꼈다”면서 “언뜻 보기에 촬영 계획이 꼼꼼하진 않지만, 굉장히 감성적으로 영화를 찍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평했다.

자신의 영화에서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묻자 “관객이 애착을 가지는 캐릭터와 비슷하다. 자연인 박중훈은 배우 박중훈의 관객이기도 하다”면서 “최근에는 `라디오 스타`, `황산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캐릭터에 관객이 환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트위터를 즐기는 대표적 스타로 3만명이 넘는 팔로워(follower)를 거느리고 있다. 절친한 사이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의 추천으로 1년 넘게 트위터를 사용했다.

“트위터 하는 게 저에게는 휴식 같아요. 몇 자 올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요. 유명한 배우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거침없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긴 어려운데 비록 온라인이지만 생각을 여과 없이 듣고 전할 수 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