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우리에 갇힌 곰이 있었다. 좁은 공간이라 곰이 여덟 걸음만 걸어가면 더 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여덟 걸음 갔다가 뒤로 여덟 걸음 걷는 것이 곰의 하루 일과였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동물 애호가가 이 광경을 보고 곰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리고는 곰을 우리에서 풀어주기로 했다. 곰을 풀어주기로 한 날 많은 사람들이 곰이 마음껏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드디어 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발, 두 발....여덟 발, 그런데 더 이상 곰이 나아가지 않았다. 여덟 걸음, 그것이 그 곰의 최대 활동 반경이었다. 곰은 스스로 자신의 활동 공간을 제한해 버린 것이다.

정답 맞히기 교육, 붕어빵식 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여덟 걸음 공간에 곰을 가두는 것과 같다. 특히 아이들이 즐겨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정답 맞히기 퀴즈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사고를 제한된 공간에 가두어 창의적인 발상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은화 외 6인이 지은 『유아기 자녀를 위한 총체적 부모 교육 프로그램』과 홍용희 외 1인이 쓴 『한국 유아의 창의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TV 시청과 창의성과의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이 1시간인 경우 가장 창의성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혀 TV를 보지 않거나, 4시간 이상 보는 경우에는 창의성 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TV 시청은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TV시청은 다른 교육적 기회를 빼앗아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의 종류와 창의성과의 관계를 보면, 오락 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아이가 창의성이 높았고, 성인용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이의 창의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TV 시청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교육용 프로그램 중에는 좋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 속에서 받아들이고 깨닫는 것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TV를 장시간 시청하게 되면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하거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창의력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TV 시청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 중 유익한 프로그램에 한하여 1시간 정도의 시청을 허락하되, 부모가 함께 이야기하며 즐기는 것이 좋다. 부모와의 대화는 여러 가지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활동이기 때문이다.

요즘 TV를 보면 정답을 맞히는 퀴즈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상금도 많이 걸려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OX형 정답을 맞히는 퀴즈나 보기에서 답을 고르는 형태의 문제가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창의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답을 잘 모르는데도 요행으로 맞출 수 있는 문제는 창의력과 거리가 멀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단답형의 문제 보다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방식의 해답을 찾는 문제가 많아져야 한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미국의 제퍼슨 기념관의 일부에서 부식 현상이 발견되었다. 관리자는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원인을 알아보았다. 여러 가지 사항이 고려되었는데 세제로 자주 청소하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러자 `왜 세제로 청소를 자주 해야 할까?`를 생각하였다. 관리인은 청소원을 통해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세제 청소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음 질문은 `왜 비둘기가 많이 몰려올까?`를 묻는 것으로 이어졌다. 비둘기가 많이 몰려드는 것은 먹잇감인 거미가 많기 때문이었다. `왜 거미가 많이 생길까?` 거미줄을 관찰한 결과 나방이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나방이 많이 몰려들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관리인은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그래 조명 때문이야. 야간조명을 좀 늦게 켜면 되겠구나.` 조명을 늦게 켜자 나방들은 다른 곳의 불빛을 찾아 날아 갔다. 마침내 제퍼슨 기념관의 대리석 부식 문제는 일몰 시간에 조명등을 두 시간 늦게 켜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만약 퀴즈 문제를 낼 때 OX 퀴즈나 단답형의 문제를 낸다면 거기서는 지식의 확장 효과 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왜?`의 질문을 해서 그 원인을 밝히거나 여러 가지 해답을 찾는 문제를 낸다면 단순한 지식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창의시대의 많은 일들은 정답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복잡한 사회에서 상황이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정답이 아닌 해답이 요구되며,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그러므로 TV 프로그램도 단답형의 정답 맞추기를 지양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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