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동규 씨의 신간`멜랑콜리 미학`(문학동네 펴냄)은 인간의 존재에서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사랑과 죽음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담론의 빈곤, 그것의 심각성을 자각한 데서 이 책은 출발했다. 지상에 사랑이 존재하고, 누구든 한 번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면, 예술과 철학의 종언 테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문제는 “예술과 철학의 사망선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사망선고가 지상에서 사랑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이며, 오히려 우리는 이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사랑, 그것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연인을 위해, 사랑을 위해 죽기보다 자신의 자긍심을 위해 죽는 안드라스와, 타인보다 자신의 자유를 더 사랑하는 라즐로에게서 저자는 서양 문화에 뿌리 깊이 새겨진 자기 사랑의 한계를 밝힌다. 그리고 그들의 연인인 일로나의 `여성적 사랑`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일로나는 안드라스를 위해 혼자 있을 때만 노래한다는 작은 삶의 준칙을 깨트리고, 라즐로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한스에게 몸을 허락한다. 사랑을 위해 자긍심도 목숨도 서슴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사랑, 태아에게 자신의 피와 살을 건네줄 수 있는 `여성적 사랑`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김동규 `멜랑콜리 미학`

문학동네 刊,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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