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여사가 점심시간에 패스트 푸드점에 들렀다. 경쾌하고 템포가 빠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간단하게 요기를 마친 A여사는 근처 백화점에 갔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저곳 아이쇼핑을 즐기던 중 빨간색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특정 제품을 30% 세일한다는 광고였다. 충동구매로 세일 상품을 구입한 A여사는 출구에서 광고지 한 장을 받았다. 광고지 왼쪽에는 모델이 모피를 입은 사진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가격과 판매 장소가 안내되어 있었다.

A여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 뉴로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는 뇌를 분석하고 어떤 방법이 뇌와 직접적인 소통을 잘 하게 하는지를 생각하며 접근하는 소비촉진 방법이다.

뉴로 마케팅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일반적인 전통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행동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행동심리학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다니엘 카네만 교수가 제시한 이론이다. 카네만은 합리성이 바탕이 되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인간은 경제활동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합리적이기 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거나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물건을 구입할 경우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제품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소비자의 의견을 참고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를 내린 회사의 제품을 고른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 특정 회사의 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었을지라도 막상 매장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그 제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자신의 결정을 쉽게 바꾸고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만다. 감정이 이성을 앞서는 것이다.

카네만은 사람들이 확률이 낮은 복권을 사고, 계획에도 없던 물건을 사는 충동구매를 하는 것을 보고 이성 보다는 감정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따라 모든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확인편향(confirmation bias)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A여사가 패스트 푸드점에 갔을 때 경쾌한 음악이 나온 것은 행동을 재촉하여 빨리 먹고 가라는 압력이었고, 백화점에서 잔잔한 음악이 나온 것은 여유 있게 물건을 둘러보라는 명령이었다. 빨간 글씨의 세일 문구는 시선을 끄는 전략이었고, 광고지 왼쪽에 사진, 오른쪽에 글씨를 배치한 것은 인간의 우뇌가 시공간적인 정보를, 좌뇌가 언어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이용한 광고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카네만은 심리학자였지만 사람들의 구매 행동을 관찰한 내용을 경제와 연관지어 이론을 정립한 결과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자기의 전공분야가 아닌 것에 관심을 가지고 노벨상까지 수상한 카네만의 발상법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과연 그럴까?`하고 의문을 제기하였다. 카네만은 많은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 행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구매패턴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그렇지 않음을 알아냈다.

둘째, 다른 분야를 자신의 전공분야에 접목시킴으로써 새로운 이론을 탄생시켰다. 심리학자가 자기 영역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학 분야에도 관심을 가진 것은 창의적인 발상이다.

만약 당신이 10,000원 짜리 연극표를 미리 구입해서 극장으로 가던 도중 표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이 경우 표를 다시 구입해서 연극을 볼 것인가?

또 표를 사지 않은 채 연극을 보러 가다가 현금 10,000원을 잃어버렸다. 이 경우 입장료가 10,000원인 연극을 볼 것인가?

실제로 이런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사람들은 표를 잃어버렸을 때는 연극을 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돈을 잃어버린 경우에는 연극을 보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두 가지 상황은 손실액이 같으므로 연극을 보든지 그렇지 않든지 행동이 일치해야 이성적이지만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고 하는 행동이라도 카네만처럼 `과연 그럴까?`를 한 번 더 생각한다면 노벨상 수상은 아니더라도 남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 자녀에게 “학원 잘 갔다 왔니?”라고 묻기보다 자녀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말하는 것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고 물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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