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상품을 부문별로 진열하고 판매하는 대규모 소매상인 백화점은 한마디로 `각종 마케팅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정서 마케팅`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 1층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 화장실만 이용하는 고객들을 아예 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야박해 보이겠지만 사실은 1층으로 들어온 고객이 화장실을 찾으면서 최대한 주위를 둘러보고 2층까지 올라오도록 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 마케팅의 일종으로 이를 `분수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열어 한꺼번에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인 다음 이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쇼핑을 하도록 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한 젊은 주부가 한가로운 오후 시간에 모처럼 백화점 쇼핑을 즐기고 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원피스가 눈길을 사로잡고,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고급 주방용품에 이끌려 쉬이 발길이 아래층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걸 깜빡하고 백화점 폐장 때가 돼서야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된 걸 알게 된 그녀는 뭔가에 홀린 기분이다.

그녀는 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에 정신이 팔렸을까. 비밀은 바로 벽시계와 유리창에 있다.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고객의 심리를 생각할 때 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현재 시각을 알게 돼도 마음이 변하기는 마찬가지.

이 모두가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용인되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창문이 없을 경우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백화점 별로 마케팅에 차별화를 두고 있지만 지난 2000년 12월 8일 개점한 포항지역 유일의 백화점인 롯데백화점에서도 이 `3가지 無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김명은기자 km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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