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억압이 낳은 잔인한 현실

신간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원제 Father-Daughter Incest)은 저자 미국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주디스 루이스 허먼이 1975년부터 4년간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여성 40명을 만나 면담한 결과, 근친 성폭력의 실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내용이다.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저술된 이 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학계에서 근친 성폭력에 관한 최고의 연구서이자 고전으로 대접을 받는다. 수십 명에 달하는 피해 여성과 직접 면담한 자료, 각종 연구 문헌 그리고 주요 도시의 성폭력 관련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찰은 책에 현장성을 부여한다. 특히 생생한 인터뷰 자료는 근친 성 학대가 여성 피해자들에게 남긴 상흔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아울러 저자는 정신분석이론, 진화론, 사회학, 여성학 등에 의거해 근친 성폭력을 이론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한다. 그래서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냉정하면서 차분하게 근친 성폭력의 배경과 원인, 사례만이 아니라, 발본적인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까지 논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근친 성폭력은 그 아이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근친 성폭력 근절 대책이 전방위적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사법 체계의 교정, 상담 치료 기관의 전문성 확보, 교정 프로그램의 정교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저자는 가해자에게 지속적인 집단 교육을 행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삼인출판사 刊, 박은미·김은영 옮김,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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