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에 6조원 규모 정책금융 지원”

대구 출신의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대구 사대부속초등학교와 경북 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에서 금융정책통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재정경제부 국고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재경부 국고국장, 정책조정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을 역임한 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경제전문가로서 한나라당 대구 달서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이후 한나라당 정책실장으로 일하다가 신설된 한국정책금융공사 초대 사장으로 복귀해 다시 금융정책통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유 사장을 만나 어린 시절 얘기부터 공직생활,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재무부 재정금융심의관실서 공직 입문

정책조정국장·주택금융公 사장 등 역임

IMF때 공적자금 투입 경제혼란 최소화

일자리 창출·지역발전위해 최선 다할 것

-고향이 어디십니까

▲출생은 부산에서 했지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대구에서 자라 대구가 고향이라 해야겠죠. 본적도 대구시 중구 삼덕동으로 돼 있고요. 초등학교는 동덕초등학교를 다니다 사대부속초등학교에서 졸업했고, 이어서 경북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무원을 꿈꿨습니까

▲어릴 때는 공무원을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과 쪽으로 취미가 있어서 물리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집에서는 부친이 의사였기 때문에 의과대학으로 가라고 종용을 했죠. 고교 1학년 때는 공통으로 있다가 2학년 올라갈 때 문과와 이과를 나눴는데, 이런 이유로 이과로 갔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모두 문과로 다 가는 겁니다. 거기다가 `물리학과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선배가 `3분의 1은 교수, 3분의 1은 교사, 나머지는 무직`이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그 당시 교수란 직업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3학년 때 뒤늦게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죠. 그때는 사회물정도 몰랐고, 진로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몰랐습니다. 문과로 가고 나니까 상대 아니면 법대를 진학해야 했는 데, 집안에 상대에 간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이유로 상대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고시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습니까

▲법대생들은 사법고시를 준비를 하고, 상대에서는 행정고시를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서 대학 2학년때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해서 1977년 졸업하는 해에 20회 행정고시에 합격을 했죠.

-공무원으로서 첫 보직은 어디였습니까

▲재무부 재정금융심의관실에 발령받았는 데, 당시 과장은 이정재 전 금융위원장이었고, 국장급 심의관이 이헌재 전 부총리였습니다. 강영주 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도 당시 과장으로 모셨죠.

-초임 때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1978년 첫 공직생활에서 맡은 업무가 `재정금융 30년사`를 발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 정신없이 20년 가까이 지나서 돌아보니 50년사, 60년사도 발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50년사 낼 시기에 IMF를 맞는 바람에 못했고, 2008년도에 60년사라도 하려 했는 데,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역사기록이 어려워졌죠.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IMF때 유관부서 근무자로서 기억나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당시 금융정책실장이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었고, 금융비서관이 바로 윤진식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습니다. 비록 12년전의 일이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많은 질타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IMF를 겪은 게 오히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립의 기회가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행태나 기업체질 등이 달라진 것도 그 때의 교훈 때문이란 얘깁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많은 발전을 했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옵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IMF를 맞아 예금보험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이란 제도를 만들어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제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제도적인 장치가 없었다면 IMF를 극복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금융피해를 본 사람은 예금보험제도가 있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고, 은행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정상화시킬 수 있었죠.

-다른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실 IMF사태가 오기 전인 96년도에 금융기관 부실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 때문에 금산법을추진했는 데, 법안내용에 정리해고제에 해당하는 `고용조정`이란 제도가 있었습니다. 부실로 판정된 금융기관 종업원을 해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 데, 정리해고라는 제도가 없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도였습니다. 국회에 갖고 갔더니 난리가 났죠. 특히 금융노조 쪽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나중에 노동부에서 이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넣어 통과시켰다가 절차상 문제 때문에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정리해고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IMF전에 금융기관 부실을 막기위한 예방조치로 정리해고제가 제안된 적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적자금과 관련한 업무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재정경제부 금융과장으로 있을 때 공적자금을 푸는 작업을 했다면 국장이 되서는 회수하는 틀을 만들었습니다. 전체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부분을 계산해보니 약 69조원이 적자나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그래서 20조원은 은행 특별보험료를 별도로 더 받아서 상환키로 했고, 49조원은 재정에서 부담하도록 짰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나중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주가가 올라서 적자규모는 좀 줄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적자금이 국민의 혈세인 데 너무 많이 썼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은행이 망하면서 예금보험 지급을 했고, 보장을 받은 사람은 다행이지만 정부가 부담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출러시를 막기위한 예방조치로 불가피했습니다. 물론 예금자에게 지급하거나 파산분해된 것은 거의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은행에 증자로 들어가 부실채권 산 것이라든가 은행 자본금으로 들어간 것은 효자 노릇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출마경험은 무척 색다를 것으로 생각되는 데, 소감이라면

▲대구 달서병에서 경제전문가로서 전략공천돼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죠. 그 당시 한나라당에서 대구공천을 주면 당선이 거의 확정적이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공천받아서 내려갈 때 `선거법 위반하지 말자. 공정하게 깨끗하게 하자`라고만 생각하고 했습니다. 뒤에 공천후유증 얘기가 나오면서 친박바람이 불어서 결국 낙선했습니다. 저로서는 국회의원으로서 대구를 위해 일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지금 제가 하는 이 일이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지원하고, 지역의 일자리창출에 앞장서는 것이니 역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금융공사 초대 사장이신데, 먼저 정책금융공사가 어떤 공기업인지 소개를 해주시죠

▲정책금융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일환으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을 따로 떼내어, 지난해 10월28일에 출범했습니다. 주요 업무는 국민경제적으로는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자금공급이 안되는 분야에 대해 자금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민간이 취급하기 어려운 SOC 및 지역개발, 자원개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그리고 창업기관 지원 등이 있으며, 중소기업지원도 지방소재 기업에 대해 역점을 두고, 지방은행과 MOU를 체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공사 업무 가운데 온렌딩 대출이란 게 있는데,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죠

▲온렌딩 대출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공사가 업무협약(MOU)을 맺은 중개금융기관에 자금을 대고, 중개금융기관이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간접대출방식을 말합니다. 올해 온렌딩 대출규모는 출범 첫해인 지난 2009년 2천500억원 수준에서 2조 1천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해 10월말 산은, 기은 및 6개 지방은행에 이어 올해 들어 6개 은행과 MOU를 추가로 체결했고, 앞으로 중개금융기관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업무협약을 맺은 6개 지방은행에는 대구은행을 비롯, 부산, 경남, 광주, 제주, 전북은행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 기업들에 모두 6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해주시죠

▲먼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온렌딩대출로 2조 1천억원을, 그리고 민간이 취급하기 어려운 장기시설투자와 기술개발투자, SOC, 지역개발사업, 신성장동력산업 ,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간접투자 등 정부의 중점 정책분야에 3조 9천억원의 대출 및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정책금융공사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업무는 무엇인지 소개해주시죠

▲올해 공사는 국민경제의 중요한 화두인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금융지원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지원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해 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금융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산은과의 재산분할과정에서 넘겨받은 하이닉스, 현대건설을 비롯한 5개 구조조정 기업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끝내고 정상화된 기업들이므로 이들 기업을 매각하는 데 역점을 둘 예정입니다. 다만 덩치가 크고 경기진폭이 커서 주인 찾아주기가 쉽지는 않네요.

-대구·경북지역민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어른들도 대구에 계셔서 한 달에 한 번정도 대구에 가게되는 데, 대구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GRDP가 전국 꼴찌라는 상황은 뭔가 합심해서 타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저도 앞으로 지역 발전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무슨일이든지 기꺼이 심부름할 생각입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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