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꿰뚫어야 삶 자체를 성공으로 이끈다

조지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며 기록적인 수익을 냈고 1992년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투기적 공세로 수십억 달러의 차익을 챙겨 유명세를 얻은 월가의 큰손이다.

그는 금융 시장에서 거액을 굴리며 막대한 이익을 챙겨 `투기꾼`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도 보여왔다.

국제 정치·경제의 과거·현재·미래 통찰

현존 최고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 강연록

`소로스 특강:이기는 패러다임` 은 조지 소로스가 지난해 10월 닷새에 걸쳐 중부유럽대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투자의 귀재` 소로스가 자신의 고향 부다페스트에 세운 학교의 학생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오류투성이의 불확실성 시대를 꿰뚫어보는 `사고의 틀`, 이를 바탕으로 `열린사회`로 나아가려는 그가 전수한 것은 바로 `이기는 패러다임`이었다.

1강과 2강에서는 `소로스식 이기는 사고`의 바탕인 오류성과 재귀성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적용해 금융 시장과 현재의 금융 위기를 분석했다. 3강과 4강에서는 열린사회에 대한 소신을 밝힌 뒤, 시장 가치와 사회 가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도덕성 문제를 다루며 정치권력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마지막 5강에서는 금융 시장을 역사의 산물로 파악하며 국제 정치와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한편, 날로 위상이 높아지는 중국에 대한 시각을 덧붙였다.

이 책은 팔순에 접어든 소로스가 평생의 경험과 지혜, 꿈을 아낌없이 털어놓은 `소로스식 인간 생태론`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소로스의 글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간결하고 일상적인 말로 풀어낸 강연록이라는 점에서 소로스의 투자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또 소로스가 말하는 `사고의 틀`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철학, 역사,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부문의 식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소로스는 책 앞머리에서 자신의 목표를 `인간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싶어 소로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정작 그는 `인간`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투자나 사업은 물론 삶 자체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소로스는 지금의 자신을 이룬 `사고의 틀`을 네 기둥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그 중 첫 번째 기둥으로 꼽은 `오류성` 개념은 어떤 상황에 속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한 데다 `우리 자신`까지 포함해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착각을 일으키며, 착각은 시장은 물론 역사의 흐름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오류성은 소로스 사고의 두 번째 기둥인 `재귀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람의 사고와 현실 사이의 양방향 관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사람의 왜곡된 생각은 현실에 영향을 주고, 현실의 흐름은 다시 사람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고리가 연속적으로 순환한다. 이로 인해 사람의 의도와 행동, 행동과 결과 사이에 차이가 벌어져 실제 현실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오류성와 재귀성 등에 따른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가 인간사의 핵심적인 특징이며, 불확실성의 범위 역시 불확실해서 때로는 무한히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시장이든 사회든 사람이 개입된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단지 상황에 따라 충실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셈. 결국 사람들이 시장 상황을 예측하려고 노력할 때 소로스는 오히려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얻은 것이다.

50세 무렵, 소로스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가족이 넉넉하게 쓸 돈을 벌었는데도 소모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헤지펀드 운영이 가치 있는 일인지 스스로 회의에 빠졌다.

이때 소로스는 `열린사회`를 촉진하는 일에 이바지하기로 결심하면서 중년의 위기를 극복했고, 이는 글로벌 규모의 자선 사업으로 이어졌다. 열린사회에 대한 신념은 소로스 사고의 세 번째 기둥이다.

소로스가 평생 스승으로 받든 카를 포퍼의 철학에서 가져온 열린사회 개념은 누구도 궁극의 진리를 알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열린사회는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와 자유로운 비판이 수용되며, 이를 통해 오류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뜻한다.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더 나은 세계로 나가자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그렇게 큰돈을 번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소로스는 청중들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자신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인사가 되기 전까지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비(非)도덕성과 구별되는 시장 기능의 초(超)도덕성을 강조한 말. 그는 오히려 시장근본주의가 초도덕적인 시장 기능에 도덕성을 부여함으로써 사리 추구를 진실 추구와 같은 시민의식으로 바꿔놓은 게 문제라고 설파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조지 소로스 `이기는 패러다임` / 북돋움 刊, 208페이지,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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