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묵을 찾아`… 경주 소재 2천호 대작 등 100여점
7일부터 대구 수성아트피아·대백프라자 갤러리

`수묵화 전통의 창조적 계승자`로 유명한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65) 화백.

박 화백 초대전 `현묵(玄墨)을 찾아`전이 오는 7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7일부터 19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 1999년부터 경주에 정착, 이곳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흡입한다는 박 화백은 철저한 현장스케치에 의한 실경산수화로 `소산화`라는 독자적 화풍을 일군 한국화의 거두다.

박 화백은 청도 출신으로 인맥·학맥이 뒤얽힌 화단에서 특이한 이력과 남다른 열정으로 탄탄한 자리매김을 해온 원로.

5세 때 6·25전쟁을 맞아 공비들에 의해 부모를 여의고 자신도 왼손을 잃었다. 그는 무학으로 혼자서 자연을 벗삼아 그림을 그리며 겸재 정선과 이상범에 이어 실경산수의 맥을 잇는 한국화의 거두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한국과 북한, 중국 등 명소들을 여행하면서 작업해왔던 박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을 통해서는 장소의 새로움보다는 경주에서의 오랜 호흡을 화폭에 담아냈다.

분황사나 안압지, 석굴암 등 경주 명소들을 지척에 두고 있는 화백은 그곳의 자연과 문화역사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냈다.

그의 그림 속에서 경주는 긴 세월의 명상을 통해 때론 왜곡, 과장되거나 비현실적 구도로 구성되는 등 자유롭게 표현되고 있으며, 풍광 속에 녹아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사와 시간의 요소들을 그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해 드러냈다.

수묵화에서 한동안 채색을 겸했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수묵위주로 바뀐 그의 작품은 꽉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더불어 미물의 호흡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예민한 감수성이 느껴진다.

폭포를 따라 웅장한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달빛 속에 애틋한 감성이 은은하게 흐른다. 느닷없이 금빛을 발하는 부처님이 등장하기도 하고, 맑게 묘사된 집이 강한 먹빛과 대조를 이루며, 명랑한 색채의 바위가 정겨운 리듬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음양의 조화이고, 강약의 대비이며, 경중의 균제를 이루고 있는 형상으로, 대체로 스케일을 갖추면 세밀함이 부족하고 디테일에 몰두하면 강렬함이 떨어지는데, 그는 스케일과 디테일의 양 극단을 힘껏 거머쥐고 자유롭게 화폭을 넘나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작 `불국사``분황사` `포석정` 등은 장식적 요소를 걷어내 간결하면서도 웅장하다. 또 어떤 작품은 경쾌하게 천천히 걷다가 어느 순간 단숨에 내달리면서 먹의 강약과 이완이 자유롭다. 그속에 단아한 정신의 세계가 살아 숨쉬는 듯하다.

“경주 어디를 가나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고 시간의 켜가 겹겹이 쌓여 영감을 느낀다”는 박 화백은 문인화를 새롭게 살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연의 한 단면을 그리고 거기에 화제를 곁들여 심회를 피력한 글을 적거나 화훼의 가장자리에 인상기를 기술하는 방식이다. 화(畵)는 있되 시(詩)가 없고, 시는 있되 화가 없는 요즘의 문인화를 제대로 그려내겠다는 의지다.

박 화백은 주변의 환경과 고독을 떨치고, 홀로 자신의 화업을 일궈온 입지전적인 작가다. 쉼없이 독창성의 내음을 퐁겨온 그가 다시한번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는 불국사, 안압지, 석굴암 등 신라천년의 속살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진경산수와 부처, 도자기 등을 소재로 작게는 5호에서 2천 호의 대작까지, 그리고 12점의 그림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경우 등 방대한 신작품 100여점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또 박 화백이 분신처럼 아끼는 고려시대 벼루, 중국 송나라와 연나라의 화첩 등 보물급 유물 80여점도 함께 전시한다.

문의 (053)-666-3266.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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