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투병 김인문, 영화 `독짓는 늙은이` 열연

“대사는 많지 않아도 감정을 다 담았지.”

지난 2005년 8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배우 김인문(71). 의사로부터 앞으로 걷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정까지 받았지만, 병마를 딛고 2007년에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출연했고, 2008년에는 연극 `날개 없는 천사들`에 참여했다.

그가 이번에는 황순원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독 짓는 늙은이`에서 주연인 옹기장이 송노인 역을 맡아 은막으로 돌아온다. 아내(서단비)가 다른 남자와 도망가고 나서 어린 자식을 위해 독 짓는 일에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역할이다. 촬영 중인 이 영화는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김인문은 30일 여의도 국민일보사 빌딩에서 열린 `독 짓는 늙은이` 제작발표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말하는 것이 불편한 탓에 인사말도 하지 못했고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서 8년간 부부로 함께 출연한 전원주가 부연 설명을 할 때가 많았다. 그의 말은 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눈빛만은 연기에 대한 의지로 활력이 넘쳤다.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김인문은 이 영화를 어떻게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내가 먼저 하자고 했다”면서 “황순원의 소설은 다 읽었는데 정말 작품성이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전원주는 “김인문 씨는 문학작품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말 의욕이 불탄다”고 설명했다.

겨울에 진행된 촬영이 추웠겠다고 하자 배우는 힘든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감정처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영화사 측은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낸 보도자료에서 `독 짓는 늙은이`가 김인문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인문은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작품도 할 수 있다”면서 연기를 끝까지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몸이 불편한데도 작품을 계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쉬운 건 안 돼. 영화 본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줄 거야.”

전원주는 “김인문 씨와 다시 짝을 이루는 게 소원이었는데 잘 안 될 줄 알았다. 몸이 굉장히 안 좋은 상태”라면서 “웬만한 사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불편한 몸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는 김인문 씨에게 감동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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