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부활된 한국의 지방선거는 표를 의식한 단체장의 선심 행정 우려에다 정당공천제까지 더해지면서 여전히 미완의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인 지방공무원의 인사권에다 도시계획과 각종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자로서 자본이나 지방토호와 결탁하는 부패의 유혹이 도사린 현실은 단체장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해 왔다.

이 같은 형편에서 민선 4기의 3분의 2인 12년 동안 지방선거 3선 연임에 성공한 시장군수는 일단 개인적 역량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선량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시군정에서 보인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겠지만 12년 동안 지방자치의 산증인으로서 축적해온 그들의 경험은 앞으로 관련 제도의 모순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박영언 군위군수와 김수남 예천군수가 퇴임을 앞두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고르는 데 필요한 조언을 하고 정당공천제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한 일은 큰 의미가 있다. 이들처럼 3선 연임 출마제한에 걸린 이태근 고령군수도 최근의 정치적 행보를 반영하듯 말은 아꼈지만 마찬가지 결론을 냈으리란 추측은 어렵지 않다.

이 가운데 박영언군수는 그동안 묻어 놓은 말이 많았던 듯 정당공천제의 폐해에 대해 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그간의 지적대로 당선 후 공천을 의식하면 검은거래에 연루돼 올바른 업무 집행을 못 할 수 있는 만큼 기초단체장 부터라도 공천에서 자유롭게 해줄 것을 역설했다. 한국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한 진심이 배어난 박군수의 조언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과 함께 오래 기억될 것으로 믿어진다.

하지만 이들 단체장의 퇴진을 명예롭게 하는데 마지막 관문 하나가 남아 있다. 공통적으로 엄정한 중립을 약속한 지방선거 불개입의 원칙이다. 무주공산의 형국에서 이들이 12년 동안 관리한 선거조직이 특정후보를 위해 가동된다면 그 결과는 뻔해진다. 이런 과정으로 뽑힌 차기 단체장에게 전임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만큼 각종 청탁과 특혜가 오갈 여지는 커진다. 따라서 연임제한된 도내 단체장들은 이번에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강조한 충심에 걸맞게 엄정한 선거 중립을 통해 그 진심을 인정받고 지방자치의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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