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배급업은 계속… CJ엔터 日에 거점까지 마련

영화 ' 해운대'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액과 해외 수출이 줄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돈줄을 거머쥔 투자배급사들도 조직 개편을 단행하거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본사에 소속됐던 영화팀을 최근 자회사로 옮겼고, 영화 투자배급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 투자배급사를 세우며 글로벌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영화팀 자회사로 옮긴 SKT = SK텔레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에 소속됐던 영화팀을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유무선 통합 음악 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음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지난 2007년 영화팀을 출범시키며 투자와 배급을 직접 챙겼던 SK텔레콤은 이로써 3년 만에 영화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하게 됐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사동 스캔들`, `핸드폰` 등 14편의 영화를 투자ㆍ배급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사보다는 콘텐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영화업을 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계속 투자 배급업을 하겠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 CJ엔터테인먼트 본격 해외진출 = CJ엔터테인먼트는 이르면 내달 일본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파트너는 토호, 쇼치쿠와 함께 일본 3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토에이 그룹의 극장체인 티-조이(T-JOY)다. 15개 극장에 142개 스크린을 보유한 업계 4위의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합작법인을 통해 상반기 중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를 배급할 예정이다. 이후 연간 2~3편의 해외 영화를 공동 제작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3~5편의 일본 영화도 제작, 배급할 계획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일본에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아시아 진출을 모색한다는 방안이다. CJ의 이런 해외진출은 투자 다각화를 통해 손실을 줄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투자배급사들… 보수적 투자가 `대세` = 투자배급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매년 10~15편을 투자해 온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까지 투자하기로 한 영화가 1-2편에 불과하다.

최민수 CJ엔터테인먼트 과장은 “절반 이상 투자가 위축된 건 사실”이라며 “아직 하반기 라인업조차 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J에 이어 투자 배급 2위인 쇼박스도 올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이 연출하는 `고지전` 외에는 뚜렷한 영화가 없다.

투자배급사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이유는 극장 수입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매출을 늘릴만한 유인이 없는 탓이 크다. 한국 영화계는 불법 다운로드로 DVD 판매 등 부가시장이 붕괴하면서 영화 산업 매출의 80%가량을 극장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다.

영화 수출도 지난 2005년 7천600만 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나서 2006-2008년 2천400만-2천100만 달러를 유지하다가 작년 1천412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투자금액도 지난 2007년 4천612억 원으로 최고조에 이른 뒤 2년 연속 내림세다. 2008년에는 3천401억 원으로 전년보다 1천200억 원 이상 급감했고, 2009년에는 전년에 비해 약 214억 원이 줄어든 3천187억 원에 불과했다.

작년 투자수익률은 -19.6%로 전년(-28.4%)에 비해 8.8%포인트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이진훈 한국영화팀장은 “한국영화 시장은 이미 과포화된 상태”라며 “한국 관객만을 대상으로 한 영화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투자배급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진출이나 수출 증대, 부가판권 활성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