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용 / 한주이진상기념사업회 이사
올해가 국치(國恥)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겼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울 수 없는 역사이기에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우리가 더 분투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아직도 국회의장이 회의를 하기 위해서 정족수가 모자란다고 구내방송을 통해 각 정당에 의원참석을 부탁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현실은 개탄스러울 뿐이다.

세종시의 원안과 수정안문제, 6·2지방선거, 한나라당의 집권 2년 성과 등 실타래 같이 엉키고 복잡하게 분탕질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지루하고 피로감마저 느낀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도 토론에 의한 다수결로서 일사불란 한 지휘가 아니 되고 있는 등 정권을 선택해 준 주인인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조선 중기의 토정비결로 이름난 토정(土亭) 이지함(1517~1578) 선생의 토정유고(土亭遺稿)에는 선생이 57세 때 처음으로 경기도 포천현감이 돼 곤궁에 시달리고 있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방책이 수록돼 있다.

백성을 구제하는 방책인 만언소(萬言疏)를 통해 선생은 “해동청에게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긴다면 늙은 닭만도 못하고, 한혈구에게 쥐 잡는 일이나 시킨다면 늙은 고양이만도 못하다.”(海東靑 使之司晨 則曾老鷄之不若矣 汗血駒 使之捕鼠 則曾老猫之不若矣)라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라고 진언하고 있다.

즉, 해동청은 고려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하여 중국에서 붙인 우리나라 매 이름이며 매 중에 가장 뛰어나고 털빛이 푸른 것을 해동청(海東靑)이라 한다. 그리고 한혈구는 우수한 천리마의 일종이다. 그러므로 천하가 알아주는 좋은 매에게 닭이 하는 일을 맡기거나, 천하가 알아주는 좋은 말에게 고양이가 하는 일을 시킨다면 일이 잘될 리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결국 백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선생은 생각했다. 그리하여 일개 작은 고을의 현감에 불과하지만 이같이 임금께 간언했다.

또한 옛날 중국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공자는 “정치란 바른 것이다. 그대가 백성에게 올바르게 대하면 누가 감히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가르쳤다는 말도 있다.

자칭 정치가는 많지만 국민이 보는 진정한 정치가가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어수선하고 정치력이 부재인 지금 같은 정국에는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정당의 이득, 개인의 신분상승,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 정권획득과 같은 생각을 하니 정국이 풀리지 아니한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하여 법을 만드는 입법부, 법원을 대표하는 사법부, 정부를 대표하는 행정부가 상호 균형, 조화를 실현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한국정치는 해방과 더불어서 서구의 민주주의 정당정치 제도를 도입을 하였으나 아직도 정당정치의 뿌리가 실종되고 있으며, 인물을 중심으로 그때에 따라서 정당이 소멸과 생성의 주기적인 순환으로 이어져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고도산업사회이기 때문에 국민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선진국들도 행정부 중심국가로 나아가는 현상이다.

우리도 이젠 행정부 중심의 국가로 나아가야 하겠고, 정부에 정책 입안하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어서 국민이 바라는 정치, 국민이 원하고 고대하는 정치,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정치, 국민이 늘 행복해서 웃음이 입가에 비치는 정치를 기대해 본다.

세종시 문제도 국민의 편에서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국민 때문에 세종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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