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후 기증 각막 안동거주 70代 이식

`생전 첫 사역지` 각별한 인연이 이끈듯

“오직 감사할 뿐이지요. 저는 평생 종교없이 살아 왔는데 올해부턴 성당을 다녀 볼 생각입니다. 고마우신 추기경님의 은혜에 100분의 1 이라도 보답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지난해 2월 16일 각막을 기증하고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안동시의 한 외곽지 주택.

한참 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권모(74)옹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나지막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얼굴조차 모르는 미구한 촌로에게 더 없는 영광을 주셨지요. 감사한 마음에 앞서 가슴이 벅차고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어요”

권 옹은 고 김수환 추기경을 언급할 때 마다 그저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지난해 이맘때이지요” 이날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난해 2월17일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날 이른 아침 서울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다급하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여 년 전 냉동 창고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고 각막 기증자를 기다리던 있었던 권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급히 상경한 후 입원 수속을 받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그날 오후 6시께 왼쪽 눈 각막 이식이 무사히 끝났다.

가족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각막을 기증한 은인이 바로 하루 전 선종한 김 추기경인 줄 몰랐지만 퇴원 전 병원 측이 이를 알려줬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저도 그렇고 세 아들, 며느리들까지 모두 놀라워 하면서 무척이나 고마워했지요”.

하루 전인 16일 오후 6시12분. 김 추기경 선종 직후 적출된 각막은 채 하루도 넘기지 않고 권 옹과 그렇게 만났다.

“오늘까지 단 하루도 그 분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는 권 옹은 추기경 선종 1주년인 16일 가족들과 함께 `세상에 빛을 주고 가신 추기경을 위해` 조용히 감사 기도를 올린다.

이처럼 김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각막이 안동 사람에게 이식된 일을 계기로 그와 안동과의 인연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김 추기경은 1951년 9월15일 6·25전쟁 당시 첫 사역지인 안동성당(현 목성동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해 인연을 맺은 후 1953년 4월 천주교 대구교구 교구장 비서신부로 옮겨 가기 전까지 재직했다.

당시 교분을 나누었던 안동의 한 인사는 “전쟁 통에 부임했던 첫 사역지가 안동이어서 인지 생전에 안동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늘 각별하셨다”고 회고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