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연기인생 중 이번 역이 제일 힘드네요. 그러나 변신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MBC TV `살맛납니다`에서 못된 시아버지 역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임채무(61)는 10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살맛납니다`에서 며느리 민수(김유미 분)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못된 시아버지 인식 역을 맡아 `막장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날 경기 고양시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만난 임채무는 “인식이 욕을 먹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드라마가 현실에 근거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인식이라는 캐릭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학을 통해 의사로 자수성가한 인식은 아들 유진(이태성)에 대한 집착으로 비뚤어진 부성애를 보여준다. 아들의 출세를 위해 며느리도 번듯한 집 규수를 얻고 싶었지만, 아들보다 연상인 데다 가진 것 없는 에어로빅 강사 출신의 민수가 출현하자 민수를 악랄하게 괴롭혔다.

38년 연기인생 중 가장 힘든 캐릭터

욕 먹는 만큼 실감나는 연기 느껴져

“고부간의 갈등은 많이 조명됐지만,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아버지 캐릭터는 드물다고 생각해서 이 역을 맡았어요. 인간의 캐릭터는 얼굴만큼 천태만상이라 인식처럼 성장해온 사람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 과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인식이 이해가 갑니다. 다만, 조석으로 칠면조처럼 변해야 하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데 에너지가 좀 부족하긴 하네요. 계속 고함을 치기가 힘들어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인식은 “질 떨어지게”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비열하게 내뱉는 이 말은 인식의 캐릭터를 상징한다. “제가 개그맨은 아니니 어떤 말을 유행시키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너무 거기 집착하면 다른 데 신경을 못 쓸 것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때로는 대본에 `기분 나쁘게`라고 쓰여 있으면 `질 떨어지게`라고 제가 바꿔서 말하기도 했어요.(웃음)”그는 욕먹는 것에 대해 “`내가 연기를 정말 실감 나게 잘하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며 웃었다.

“`막장 아버지`라는 말은 남들이 오히려 걱정해주네요. 그동안 좋은 아버지 역만 했기 때문에 전 색다른 역할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심하게 하면 우리 아들, 딸 결혼 못 시킬 것 같아 좀 자제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귀엽다`는 말도 하시네요.(웃음)”

1970~1990년대 정통 멜로의 주인공으로 명성을 날린 임채무는 2000년대 들어 코믹한 CF와 영화로 웃음을 주면서 `반전`을 꾀했고 최근에는 인자한 아버지의 캐릭터로 어필해왔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다시 못된 시아버지로 변신했다.

“요즘 `변신을 끊임없이 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연기자로서 한가지 이미지만 보여줬다면 지금까지 생명력이 이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배우는 언제든지 내다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변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의미에요. 자화자찬하자면 저 역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아니겠나 싶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