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행이론` 최연소 부장판사 역 지진희

영화 `평행이론`의 초반부. 최연소 부장판사가 된 김석현의 모범적이고 반듯한 이미지는 곧 배우 지진희가 가진 그것과 고스란히 겹친다.

재판정의 김석현은 100%의 근거를 바탕으로 한 판결이 옳다고 믿는 냉정한 인물이지만, 완벽해 보이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놀다가 더럽혀진 딸의 옷을 직접 갈아 입히는 자상한 가장이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는 생각보다 `세고`, 생각보다 웃기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지진희는 드라마 `대장금`의 민정호와 은행 전속 모델로 굳어진 부드럽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다.

“내 영화도 객관적으로 보게 돼”

할 수 있는 만큼 연기한 것 같아

영화 `평행이론`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그는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수다와 발랄함과 솔직함을 보여줬다.

“말도 아주 빠르고 성격도 급하다”는 그는 다양한 작품 활동에 비해 강하게 굳어진 광고 이미지를 꺼내자 먼저 “신뢰감을 주죠”라며 받아친다. 그리고 스스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판사 김석현은 갑자기 아내가 잔인하게 살해된 뒤 과거 자신과 같은 삶을 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평행이론`을 믿으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영화가 내세운 평행이론에 따라 사건은 과거와 엇갈리고, 많은 사람이 얽히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자기 출연작을 볼 때 영화 자체보다는 자신의 연기를 보게 된다는 여느 배우와 달리 그는 “내 영화도 객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 시사회를 연 자기 영화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긴장감이 좋았어요. 사람들이 어렵다고 한 부분도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다시 생각해 보면 달라질 수 있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제 연기는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 하라면 더 잘할 수 있겠지만.”

톱스타 김혜수와 전도연의 매니저로,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싸이더스 HQ의 본부장을 지낸 박성혜씨가 최근 책을 출간하면서 지진희의 데뷔도 새삼스레 다시 얘기됐다.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던 지진희는 박씨가 1년 동안 설득해 배우로 데뷔했다.

“관심 없으니까 안 한다고 했죠. 배우가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선택받은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회사에서 사진 찍고 소품 만들고 하는 게 좋았고요. IMF 터지면서 회사가 어려워져서 누군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1년만 하고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한 거였어요.”

그렇게 선택한 배우의 길에서 그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매번 한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면 평생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할 걸요. 선택하기 전에는 고민할지언정 한 번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하는 순간엔 관두는 거죠. 그래야 행복하다는 걸 알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