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등산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일요일이나 휴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래서 큰 어려움 없이 미술관을 찾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곳으로 보인다. 내가 찾은 26일은 일요일이었지만 날씨가 차갑기도 했고 개관의 홍보가 덜된 탓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온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는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초헌 장두건이라는 화가의 특별전이다. 장두건이라는 화가는 포항 출신의 화가로서 이름이 있는 화가라고 한다. 프랑스에도 유학을 하고 왔다고 한다. 특히 `산간 조춘의 어느 날`이라는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화면 중앙을 차지한 집의 대문 속으로 보이는 빨래의 모습이 진짜처럼 보였다.
앞마당에 강아지와 닭 등의 모습이 매우 자유롭게 보였고 집 뒤로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과 먼 산의 모습이 나타나 그림의 원근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구름의 모습도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장두건 화가는 붉은 색을 즐겨 사용하는 것 같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장미`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는데 화면 가득 붉은 색의 장미를 그려 놓았고, `봄을 속삭이는 젊은 여인들`이라는 그림에도 4명의 젊은 여인이 탁자에 앉아서 자유롭게 차를 마시는 데 붉은 색을 사용하였다. 이 붉은 색들은 강렬하기 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포항에도 이런 이름 있는 화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다음은 1전시실의 영희와 철수라는 테마의 전시실이다. 이 전시실에 들어가는 입구에 철 골격으로 만든 꽃을 든 소녀가 있는데 신기하여 손으로 만져보다가 손으로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주의를 듣기도 했다. 이 전시실의 전시 작품 중에 권종환의 `뿌리 깊게 인식된 장소의 기억`은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인데 온통 솜으로 덮여있었다. 궁금하여 또 몰래 만져 보았는데 안에는 나무이고 겉에만 솜으로 되어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풀이 깔려있고 철로 만든 개미, 나무, 풍뎅이 모형이 있는데 학교에서 별명이 개미라서 특히 친근감이 느껴졌다. 개미의 머리 뚜껑에도 풀이 나 있었다.
2층의 2전시실에서 본 성동훈의 `머릿속으로`라는 사람의 머리를 만든 구조물 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구조물인 머리가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 바람에 매우 놀랐다. 그 머릿속에는 온갖 것이 들어있었는데 사람의 머릿속이 복잡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김동호의 `무당벌레`는 전시실에 사람이 들어가니 무당벌레들이 돌면서 빛을 내기도 했고, 목진요의 `뮤직 박스`는 마우스로 화면에 있는 점들을 클릭해서 옆에 있는 구조물을 돌리면 그 모양에 따라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데 나는 나의 이름을 마우스로 만들고 그 소리를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들 이름과 작가만 적어 놓지 말고 그 작품들에 대해서 설명이 있었으면 이해하기 더 좋았을 것이다. 보면서 이해한 작품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아마 자주 이런 전시를 못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시간이 날 때 미술관뿐 아니라 다른 전시회도 다니면서 관람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