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치매이셨다. 5년간 치매로 고생하시다 85세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역시 마지막에는 대소변을 못 가리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5일 만에 삼오제를 지낸 후 자식들이 서울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우리 어머니 나이가 62세였고, 아버지는 68세였다. 어머니는 열여덟에 시집을 오신 후 줄곧 시집살이를 하셨다.

물론 효부(孝婦)로 인정받았지만 본인은 다른 며느리와 달리 시부모님 모시고 눈치 보시느라 젊어서 여행 한번 제대로 못 다니셨는데 얼마 전에 아버지와 기차여행을 한번 가시고 그렇게 좋아하셨다.

그러나 자신만의 시간과 자유를 찾기에는 사실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게 자식으로서 안타깝다.

부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하신 효도를 대물려서 우리 형제들이 해야 하는데 부모님에 비하면 너무 턱없이 부족하다.

어머니가 하신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애들이 대소변 받기 전에 깨끗이 죽었으면 좋겠다.”

치매로 아들 며느리도 몰라보시고 밤에는 자다가 깨 노래 부르시는 할머니 수발을 드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으면 이런 말씀을 하셨겠나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몇몇 회사에서 치매에 걸렸을 경우 수발비용을 지급하는 보험을 개발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이 판매되지 않았고, 현재는 판매 중지된 것 같다. 대신 연금보험 특약에 간호 또는 수발보장특약으로 변경해 판매되고 있지만 지금은 이것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치매보험이 노망보험으로 잘못 인식돼 있었고, 치매율에 관한 통계를 일본의 경험률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 보험회사들이 수지타산이 맞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추정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고도의 치매에 걸렸을 경우 사망보험금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은 제1급 장해시에 사망보험금과 동일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고도의 치매는 바로 1급 장해에 해당된다.

보험약관에 보면 1급 장해상태란 항상 간호상태를 말한다. 항상 간호상태란 첫째 실내에서 이동동작이 불가능하고, 둘째 혼자 식사를 하지 못하고, 셋째 혼자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넷째 혼자 대소변을 못 가리는 상태다. 이중 첫째 상태를 기본요건으로 하고 나머지 셋 중 두 개가 포함되면 보험회사는 사망보험금과 동일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3년 병환에 효자 없다고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수발하는 사람의 정성과 효심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발드는 사람이 있고 수발비용이 충분하다면 자식들도 더 편한 마음으로 효심에 상처를 입지 않고 자녀로서 도리를 다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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