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준비물을 잊고 등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정 통신이나 가정 연락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하여 하고 있지만 제대로 갖추어오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잊고 온 준비물 때문에 집에 전화하는 것을 아침이면 가끔 보게 된다. 그리고는 교문 쪽으로 달려간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가 그것을 가지고 달려오기 때문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저학년으로서 어쩌다 한두 번이라면 몰라도 자주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것은 책임감 결여뿐만 아니라 준비성의 부족 등 여러 인격 형성면에 문제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모님은 전화로 하는 것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부모님도 있었다. 반드시 학교를 다녀와서 이야기 하거나 저녁에 부탁을 하여야 준비물이고 필요한 것을 갖추어준다고 하는 부모님도 있었다.

집의 거실에 작은 화이트보드를 하나 설치하면 어떨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걸어두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여기에 적는 것이다. 준비물도 적고 학교에서 알리는 내용도 적도록 하는 것이다.

부보님도 아이들이 없을 때 외출을 할 일이 생기면 그 용무를 적는 것이다. 물론 외출 시 자녀들에게 부탁할 것도 적어두고.

`아들아! 지금 엄마가 시장에 간다. 6시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 동안 너는 식탁에 있는 간식을 먹고 학원에 다녀오너라. 학원 차는 4시에 온다. 그럼 수고하여라.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가.`

이런 글을 대하는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집에 들어섰을 때 반겨주는 어머니가 없어서 썰렁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안정된 마음에서 적어 놓은 내용을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어디 그 뿐이겠는가. 아들도 학원을 가면서 몇 자를 적을 것이다.

`사랑하는 어머니. 알았어요. 간식 맛있게 먹었어요. 학원 가서 공부 잘하고 오겠습니다. 어머니를 존경하는 아들이.`

정말 흐뭇하지 않은가.

학교에서 다녀온 자녀는 내일의 준비물을 사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적을 것이다.

`어머니. 내일은 미술이 든 날입니다. 화선지를 사야합니다. 서예 붓도 한 자루 필요하구요. 아침에 돈 주세요. 딸 정아 올림.`

이렇게 적어 놓은 것을 보고 들어주지 않는 부모님이 있을까?

아이들이 적은 것은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 불문명하거나 확실하지 않을 때는 의문점을 그 아래 적어서 다시 적도록 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여기에 적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적어 놓은 것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것은 가족의 아주 중요한 소통의 장, 사랑의 장이 되고 자녀는 메모하는 버릇이 들어 자기의 필요한 것을 표현하는 힘과 글자 쓰는 능력에 향상을 가져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집에 이와 같이 `사랑이 오가는 화이트보드`를 하나씩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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