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연유성여고 2
000호, 0000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도착해선 “안녕하세요. 조금 늦었죠? 오늘은 자장면이에요. 맛있게 드세요.”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모두 “아이고 학생들이 고생이 많구먼, 고맙네.”라며 반겨주셨다. 한 할머니께선 아예 움직이지 못하셔서 직접 방 안까지 도시락을 가져다 드렸다. “미안하네. 이거 원 일어날 수가 있어야지.” 할머니의 멋쩍은 웃음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는 분들인데 그동안 내가 실천해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포근한 마음 반 씁쓸한 마음 반으로 계단을 내려오다가 어린 아이들을 만났다. “안녕?” 했더니 티 없는 웃음을 지어준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있는 걸까라며 투덜거리던 내 모습과 겹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그 웃음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길 바라며.

그분들과 따뜻한 추억을 나누고 다시 복지관으로 돌아와서 이제 거둬간 도시락을 설거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봉사가 더욱 의미있다고 했던가. 너무 많아서 허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뽀득뽀득 닦았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좀 불은 자장면을 먹었다. 그곳에서 매일 무료 급식을 담당하시는 자원 봉사자 분들께서도 이제 식사를 시작했다. 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시길래 나도 옆에서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서로 나누는 거잖아요. 우리가 봉사를 하고 나서 느끼는 그 따스함이 그분들이 주는 사랑 아니겠어요?” 그날따라 얼음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마음은 제일 따뜻한 날이었다. 사랑 가득한 도시락을 실은 산타클로스들과 함께.<끝>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