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출신의 이연창 전 농협 경제 대표이사는 성주군 초전초등학교, 성주중학교, 대구고등학교를 거쳐 경북대 문리대를 졸업했다. 성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농촌에서 농협의 역할이 커 보였던 까닭에 농협에 근무하기를 원했고, 결국 대학교 졸업직후 농협에 입사해 성주군 지부장, 김천시 지부장을 거쳐 농협중앙회 농업금융부장, 경북도본부장, 농협중앙회 상무를 거쳐 농협 경제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의 농협에 대한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농협 사외이사로 농협 발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 농협과 함께 한 시절의 얘기부터 근황까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습니까.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짓는 집안에 태어나 농민소득향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농협이 직장으로서도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급여도 좋았고, 사회적인 지위나 인식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시험을 쳐서 농협에 입사하게 됐죠.

-농협에서 어떤 보직을 거쳤습니까.

▲제가 입사한 것이 1973년이었는 데, 그 이후 성주군 지부장, 김천시지부장을 지냈고, 농협중앙회 본부에서는 회원지원부장, 농업금융부장, 경북도본부장을 거쳐 농협중앙회 상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협경제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사실상 농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북도 본부장을 거치는 등 핵심보직이란 보직은 모두 거친 경우가 됐죠.

-말단 직원으로부터 최고위직인 대표이사까지 지냈는 데, 비결이 있습니까.

▲비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만, 먼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자가 되고부터는 지점장, 지부장으로서 조직을 관리하는 데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직원들이 재미있게 신나게 스트레스를 안받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일하다 보니 생산성이 높아지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특히 내가 일을 더 하는 방법으로 솔선수범하면서 항상 부하직원들을 잘 배려해 주고 했던 것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운도 따랐다고 해야겠죠.

-농협에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농업금융부장으로 근무할 때 일입니다. 70~80년대는 지금과 달리 자금 수요는 많고, 공급은 크게 딸리는 자금부족시대였습니다. 더구나 농촌은 더욱 부족했죠.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기 위해 소득작목을 개발하려면 돈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 돈도 이자가 아주 싼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 저리자금을 농민에게 공급해서 농민들이 생산성있는 소득작목을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던 일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또 세계은행으로부터 차관자금을 빌려와서 시중은행에 비해 3분의 1 밖에 안 되는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서 사과밭을 조성하도록 했던 일, 성주를 비롯한 경북지역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데 농협에서 3분의 1수준의 저금리 자금을 조달, 공급해서 참외, 딸기, 수박을 농민들이 재배할 수 있도록 했던 일이 지금도 가슴뿌듯한 보람으로 남아있습니다.

-농협 경제 대표이사로서 보람있는 일도 많았을 텐데요.

▲농협 경제대표이사로 일할 때는 농산물 유통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농민의 소득이란 것은 농산물을 생산한 뒤 팔아서 나오는 대금인 데,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파는 것을 제대로 못 팔면 소득을 제대로 올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애써 지은 농산물을 좋은 값을 받고 파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팔려면 팔아주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농협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시에 농산물 판매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대표이사로 있는 동안 서울은 물론 김해, 인천, 광주, 부산, 울산 등지에 2천평 이상 대규모 유통센터 6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밖에 1천평 이하 중소규모 마트 20여개를 회원농협에서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자금지원을 해줬습니다. 농협이 만든 농산물 유통센타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팔아주는 역할을 하도록 했죠.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일반 대형유통업체도 있지만 그런 업체는 농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농협 유통센타는 70% 매출을 농산물 위주로 하고, 일반 유통업체는 공산물이 70%에 이릅니다. 앞으로도 농협이 농산물 전문 대규모 매장을 많이 만들어야 농민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농협이 개혁 요구를 맞고 있는 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저 농협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특히 농협의 경제사업은 기능이 두가지로 나뉘는 데, 하나는 농민의 생산 농산물을 팔아주는 유통사업이고, 또 하나는 농산물 생산을 위한 자재를 사주는 구매사업입니다. 유통사업에서 이익을 남기려 하면 농민들에게서 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남고, 구매사업의 경우 농기계나 농약을 싸게 사서 농민들에게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문제는 구매사업이든 유통사업이든 농민조합 즉 농협의 주주이자 주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주주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농협 경제사업은 일반 기업과는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즉 유통사업에서는 좋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사서 소비자들에게 싸게 팔고, 구매사업의 경우 농약과 비료를 싸게 사들여서 농민들에게 더 싸게 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애초부터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경제사업이 적자라고 폄하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봅니다. 농협 경제사업은 사업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사업입니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농협이 적자를 낸다고 질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죠. 이런 부분을 늘 아쉽게 생각합니다.

-농협의 개혁안 가운데 신경분리에 대한 논란이 많은 데, 개인적인 견해는?

▲구 농업은행과 구 농협이 합쳐서 1961년에 농협법이 만들어졌는 데, 50년이 지났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국제금융여건을 고려할 때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무영역간 벽이 무너지고 있는 가 하면, 생산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용과 경제부문 사업을 분리해서 전문성을 배가시켜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신경분리를 통해 금융부문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경제사업부문은 자본금확충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농협 대표이사를 역임한 분으로서 농협이 이런 일을 해봤으면 하는 게 있습니까.

▲제가 있는 동안 추진하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바로 농협이 농수산물 판매 전문 TV홈쇼핑을 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협은 산지체계도 갖춰져 있고, 대도시에는 유통센타가 있어서 TV홈쇼핑을 하더라도 아주 유기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기존 30~35%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홈쇼핑 마진도 크게 낮출 수 있어서 그 부분을 농민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농협이 농촌거점지역 농민병원을 만들어서 조합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농촌 의료서비스가 약한 부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검토됐으면 합니다.

-농협이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농협이 유통사업에 필요해서 대형 유통센타를 만들었다면 구매사업에는 농약·비료제조회사가 꼭 필요합니다. 농사의 기본 자재는 비료와 농약인 데, 최소한 비료공장과 농약회사는 농협 중앙회가 더 투자를 해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농협이 남해화학 같은 비료회사와 영일케미칼 같은 농약제조회사는 더욱 대규모 생산을 할 수 있는 자회사로 키워야 농민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비료 농약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쇠고기 파동 등을 지나면서 농협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일들이 많다고 보는데.

▲그렇습니다. 일본처럼 우리 지역에 나오는 농산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우리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정책적으로 장려돼야 합니다.

농림부에서 이런 것들이 태동단계에 있는 것으로 듣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것들이 신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시책이 강경하게 펼쳐져 캠페인이나 국민운동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농협 사외이사로 농협 이사회에 참석하신다고요.

▲예. 농협 사외이사로서 한달에 한번 이사회의에 참석해서 농협이 처한 현안사항에 대해 균형감각을 가지고 의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구·경북지역민들이나 농협 임직원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민들이 농협을 믿고 농협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줘야 농민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농협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가 같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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