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이 공방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하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계의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마치 지역의 사활을 건 정치적 이해득실의 장이 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선 김태환(경북 구미을) 경북도당위원장과 서상기(대구 북구을) 대구시당위원장의 행보가 그러한 것. 서 위원장은 이미 지난 19일, 정부의 세종시 특혜에 반발하고 여당이 추진하는 국정보고대회에 대해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더욱이 서 위원장은 2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 마디로 다른 혁신도시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 세종시”라면서 “대구시당은 국정보고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보이콧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비해, 김태환 경북도당위원장은 국정보고대회를 2월에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에 따르면, “국정보고대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가장 큰 행사”라면서 “세종시 문제를 제외한 4대강 등에 대한 이야기로 국정보고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구의 서상기 위원장의 국정보고대회 거부와 관련, 독단적 행동에 대해 상당 부분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대구와 경북의 주요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약진하는 것과는 달리, 안동과 의성, 영덕 등 경북 북부지역 의원들의 입장은 신중하다.

이미 강석호(경북 영양·양덕·봉화·울진) 의원과 장윤석(경북 영주) 의원은 사실상의 수정안 찬성의 뜻을 밝혔으며, 나머지 이한성(경북 문경·예천) 의원,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 등은 입장 발표에 대해 신중한 상황이다.

대구와 구미, 포항처럼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없다는 것과 혁신도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주의 정수성 의원의 경우에는 경주 혁신도시가 세종시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의외라는 게 지역 인사들의 총평이다.

한 관계자는 “아마도 정수성 의원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백상승 시장과의 문제로 인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대구시에서는 또 상황이 다르다. 12명의 지역 의원 중 이미 10명 이상이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다. 이 중에는 대표적 친이계인 이한구 의원도 가세하고 있다. 물론 이한구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첨단복합의료단지와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대구 동구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인물은 4명.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해 이한구, 유승민 의원과 최근에는 조원진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전에 가세했다.

한 지역 의원은 “이미 대구에서 세종시는 생계의 수단이 됐다”며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 시에 대한 선택은 삶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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