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대구의 한 무역업 사무실.

들어서자마자 사무실 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좁은 사무실 안 한쪽 벽에 붙어 있는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글귀가 무색해 보였다.

사무실 여직원이 담배연기를 참지 못하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담배를 피우는 상사가 “추운데 문은 왜 여냐?”라며 꾸짖듯 말해 여직원은 자신 책상 앞 창문만 조금 열어 담배연기를 피하고 있었다.

# 1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주말과 포근한 날씨 탓에 동성로를 찾은 많은 시민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젊음의 거리인 만큼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 중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중구청이 지난해 3월 19일 금연거리로 지정한 곳으로 거리 곳곳마다 금연거리임을 알리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흡연자들의 담배연기가 어린 자녀에게 갈까 봐 흡연자를 피해 다니는 부모들의 모습도 쉽사리 볼 수 있다.

동성로 금연거리는 중구청이 흡연자 금연실천과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해 지난 2008년 12월30일 `금연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한일극장~대구백화점~중앙치안센터 292m 구간을 지정·선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련 법 규정이 국회에서 계속 계류되고 있어 금연거리의 흡연자에 대한 처벌이 되지 않으면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구중구보건소가 금연서포터즈, 대학생자원봉사자, 중구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금연거리홍보 퍼레이드를 연중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시민들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생 김일수(21) 씨는 “강제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금연거리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들 때문에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대구는 이제 곧 각종 국제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흡연자들이 금연구역만이라도 잘 지켜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배인식(37)씨는 “실내에서 금연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밖에서까지 금연하는 것은 흡연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금연도 좋지만 연일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나 같은 세일즈맨에게 담배 한 개비를 피울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중구보건소 김영애 소장은 “최근 간접흡연에 오래 노출된 폐암환자는 폐암치료제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을 만큼 흡연은 피우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간혹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흡연은 스트레스 수치를 오히려 올리는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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