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온갖 구박도 견뎌내며 살아가는 `캔디형 여주인공`이 새해에도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별을 따다 줘`와 MBC `파스타`의 `캔디`들이 조용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고, `보석비빔밥`과 `지붕뚫고 하이킥`, `천만번 사랑해`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처럼 똑소리나고 씩씩한 캐릭터가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 셈이다.

4일 첫방송한 SBS `별을 따다 줘`의 진빨강(최정원 분)은 원래 “인생 한방이야”를 외치며 한도를 초과할 때까지 카드를 긁어대는 `된장녀`였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에는 억척 가장으로 거듭난다.

다섯 동생을 위해 화려한 `한방 인생`을 벗어던지고, 부잣집 가정부로 나선 그는 몰래 다섯 동생을 데리고 부잣집으로 들어가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막냇동생을 업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마가 있을 때처럼 잠을 잘 자라고 젖을 물리기까지 한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도 집안 사정으로 산골에서 살다가 동생을 데리고 상경해 억척스럽게 사는 식모다. 동생이 주인집 아이 해리에게 구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잠든 해리를 몰래 쥐어박기도 하고, 동생에게 잘 해주는 줄리엔의 생일에는 주인집이 버린 커튼으로 옷을 만들어 선물한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리모로까지 나서야 하는 한층 더 힘겨운 `캔디`도 있다. SBS `천만번 사랑해`의 고은님(이수경)은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아버지가 쓰러지자 수술비를 위해 대리모로 나선다.

그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재벌2세 백강호를 만나 결혼하지만 여전히 삶은 쉽지 않다. 시집살이가 워낙 고되고 빡빡한 탓이다.

이들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캔디처럼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앞날의 희망인 동생들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나앉을 만큼 생활이 어렵지는 않지만 성공을 위해 삶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도 많다.

4일 첫선을 보인 MBC 드라마 `파스타`의 서유경(공효진)은 3년째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페라의 주방 보조로 일해오다 드디어 프라이팬을 잡게 되자마자 주방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한다. 새로 온 쉐프가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학벌도 좋지 않고, 연줄도 없이 주방 구석에서 조용히 3년을 참아왔던 그는 결국 쉐프와의 대결에서 지고 주방에서 쫓겨나 눈물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잊고 다시 라스페라의 주방보조로 일하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가하는 집념을 보인다.

KBS 아침극 `다 줄거야`의 공영희(홍아름)도 힘든 삶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희망을 가지고 일어나는 인물이다. 잘 나가던 집안이 몰락하고 나서, 시장통에서만 10년을 살며 재기를 꿈꾼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외할머니가 전수해준 개성 손맛으로 만둣집을 차릴 희망을 안고 사는 그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정도로 싹싹하고 발랄하다.

MBC 드라마 `보석비빔밥`의 궁비취(고나은)도 철없는 부모 대신 소녀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억척녀다. 작은 분식집을 열어 동생들도 각별히 챙기면서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그는 최근 방송에서야 `안소니`이자 `테리우스`인 서영국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런 `캔디형` 인물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 관계자들은 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SBS `별을 따다 줘`의 김영섭CP는 “성공을 향해 땀 흘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며 많이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장`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보다는 분노를 자아내는 내용의 드라마가 많은 요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김 CP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당찬 여자들의 사례를 많이 만날 수 있다”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난관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게 되는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