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의 재난대비 능력이 평균 2.5cm 눈에 무너졌다.

4일 대구·경북의 일부 지역이 1~5cm의 눈에 도로가 마비되는 등 극심한 교통 지·정체를 빚었지만 각 지자체의 제설작업은 더디기만 해 시민들은 온종일 불편을 겪었다.

오전 11시께 대구 동구 지묘동 지묘 네거리. 팔공산 파계사로 향하는 방향이 전면통제됐지만, 경찰관 2명이 올라가려는 차량을 돌려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제설장비는커녕 인력도 장비도 없어 차량이 도로에서 미끄러져 사소한 접촉사고가 빈발했다. 일부 차량은 그냥 도로 위에 멈춰 서 있었다.

파계사 방향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차량과 산에서 내려오는 차들은 파군제 삼거리에서 1시간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도롯가에 비치된 모래 등을 꺼내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제설작업이 시작된 지 30여 분만에 차들은 내려올 수 있었다.

운전자 최기억(45)씨는 “교통통제 구역도 아닌 오르막길에는 제설작업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제설작업을 기다렸다가는 온종일 팔공산 안에 갇혀 있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천시도 이날 내린 1cm의 눈에 도심 전체가 마비돼 재난대비에 대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내린 첫눈에 시 전역의 도로가 얼어붙어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으나 영천시의 대책은 건설과에서 운용하고 있는 4t 덤프트럭 1대로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시가지 전 구간 도로가 얼어붙어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차량 추돌사고가 속출했지만, 시 상황실은 관내의 피해 사례마저 파악하지 못한 채 제설 작업은 건설과로 떠넘기고 건설과는 차량 1대로 염화칼슘 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은 동원하지 못한 것.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에 출동한 영천경찰서의 한 직원은 “영천의 가장 중요도로인 시청사 앞 도로마저 제설 작업이 전혀 없어 차들이 잘 지나다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외곽 도로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5.2㎝의 적설량을 기록한 구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구미시청 앞 대로에서 차들이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였으며, 일부 운전자는 운전을 아예 포기하고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접촉사고도 잦아서 뒷길이나 시 외곽 도로를 중심으로 견인차에 끌려가는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고, 경사길에서 미끄러지는 차도 많았다.

구미의 한 견인차업체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하루에 대여섯 건 정도의 사고 신고가 들어오는데 오늘은 벌써 100건이 넘었다”며 “구미로 봐서는 폭설이나 다름없어 모든 지역에 걸쳐 사고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를 찾은 정상직(37·충북 옥천)씨는 “대구·경북지역은 원래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눈에 대한 대비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전국을 다녀봐도 2~3cm의 눈 때문에 폭설이 온 것처럼 도로가 마비되는 곳은 이 지방뿐일 것”이라며 꼬집었다.

한편, 이날 내린 눈은 오후 들어 대부분 그치면서 도로의 상황이 좋아지긴 했으나 일부 구간은 얼어붙어 도심 퇴근길은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지하철과 버스 등으로 몰려 일부 구간의 운행이 정체되기도 했다.

/김낙현·기인서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