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살리기` 지자체 기대감은 지역발전 위기감 반영
정부-생태론자 이견 좁히고 소통… 사업성공 이끌어야

묵은 2009년을 흘려 보내는 겨울 낙동강에서 만난 사람들의 가슴에는 분명 희망이 흐르는 강줄기가 나 있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의성군 단밀면의 명소인 관수루 옆 낙동강 32공구 낙단보 건설 현장.

상주시 낙동리와 단밀면에서 한글자씩 따온 이 공구를 맡은 두산건설의 기술진과 건설근로자들은 차가운 겨울의 강바람에 맞서 가며 중장비와 함께 물막이 설치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물 빼기(양수)와 기초구조물을 위한 터파기를 통해 보 건설을 위한 준비가 이뤄진다.

2011년 12월 완공이 목표인 만큼 새해 1월 내로 야간조명시설까지 설치한 다음 2월부터는 야간작업도 강행할 계획이다.

현장을 안내한 여찬원 공사부장에 따르면 보통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가 작업시간이지만 토목공사가 바쁠 때는 밤 10시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경남 남해군 출신이라는 위 부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착공 후 마산시에 있는 집에 보통 땐 격주 마다, 바쁠 땐 1달만에 간 적도 있다고 한다.

고충과 각오를 묻는 질문에 그는 “현재 강 건너편인 상주에서 공도(인도)교 설치요구가 있어 회사에서 고민 중”이라며 “어쨌든 주어진 공기 안에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와 기대가 담겨 있었다.

강건너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 속칭 `참나무뱅이` 마을에서 만난 농민 강태호씨는 “예상 대로 중장비 소음이 다소 불편하지만 대부분 둔치 조성에 대해 기대가 특히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기술진에게 현지의 지형지물 등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도 톡톡한 활약을 하고 있다. 일례로 2003년 9월 발생한 태풍 `매미` 피해복구 과정에서 묻은 임시 배수관 매설 지점을 정확히 알려줘 굴착공사에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공사장 인근의 상권 활성화 기대감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버스정류장에 위치한 여정수퍼 주인 이인영(여)씨는 “가게를 시작한 지 16년 동안 요즘 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1주일 전부터 공사장에 인부와 장비가 대폭 증가한 이후 매출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의성과 구미, 상주를 잇는 교통요지가 쇠락을 거듭하다 신도청 후보 부지에서 마저 탈락한 뒤 희망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낙동강 살리기사업 공사로 낙동리가 긴 잠을 깨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기대감과 달리 생업에 입을 피해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이 맡은 인근 33공구 지점인 낙동면 신상리의 강변에서 영업해온 신상매운탕. 그동안 장마가 심한 해에 상류의 안동댐이 방류를 하면 강변의 식당을 버리고 뒷산으로 대피해야 할 만큼 침수피해를 겪어왔다. 오죽했으면 강 건너 중동면을 이어주는 강창교의 별명이 `잠수교`가 됐을까. 따라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하상이 준설되고 강둑이 높아지면 큰 혜택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인 송광숙(여)씨는 “자연이 훼손될 것이므로 큰 기대는 안한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살기 위해 하는 사업인 만큼 공기 단축에만 매달려 환경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정에 밝은 주민에 따르면 송씨는 매일 아침 강에 `주낙`을 설치해 잡은 피리와 붕어로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것. 결국`낙동강 공사`에 대한 송씨의 불편함은 지긋지긋한 홍수피해 보다 공사로 입을 눈앞의 고깃수 감소가 더 재앙이라는 지극히 서민적인 셈법이 반영된 것이었다.

인위적인 4대강 개발에 반대하며 자연의 자정능력을 강조하는 환경론자. 한국판 뉴딜 정책임을 강조하며 치수와 친수공간 조성을 강조해온 정부와 청와대.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낙동강 구간 지자체들의 지역경제 위기감은 결국 환경론자들과의 간격을 더욱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양 진영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산업화에 신음해 온 4대강, 특히 사업구간이 가장 긴 낙동강은 분명 대역사(大役事)를 통해 부활하며 이는 곧 인간과 강이 과거의 불화를 화해하고 해원상생(解寃相生)하는 길이 될 것이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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