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교육계의 가장 큰 이슈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으로 요약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랜 논란 끝에 확정된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지난해 12월 17일 발표했다. 개정교육과정은 2010년 시범학교운영과 교사 및 학부모 교육 등 준비과정을 거쳐 오는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올 한해 동안 기존 교육과정으로 학교수업을 진행하며 개정교육과정을 준비해야 하는 일선 교육현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정은 국가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어떠한 인재를 양성해 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교육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대상이다.

특히 대학입시 등 자녀들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은 국가교육정책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개정교육과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개정교육과정의 취지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을 줄이고 학습흥미를 유발하며 단편적 지식 교육이 아닌 학습하는 능력과 폭넓은 인성을 길러 글로벌 창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창의 인재는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변화를 수용하고 미래를 개척해 갈 수 있는 사람, 타인에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양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기존의 교육과정은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국가가 정해준 동일한 교과목과 내용으로 운영돼 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부족했다. 교과활동 위주의 교육은 다양한 특성의 학생들을 점수로 획일화하고 숫자논리로 서열화하는 교육이었다. 깊이 있는 이해와 사고를 추구하기보다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며 몰개성의 붕어빵 인재를 양산했고 결국 글로벌시대 국가경쟁력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 교육과정개편은 시작됐다.

개정교육과정은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을 목표로 초중고 학생들이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특정 과목을 한 학기 또는 학년에 몰아서 배우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된다.

고교는 3년 모두 선택 교육과정으로 전환되고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선택과목도 통합, 축소된다. 또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권한에 자율성이 주어져 전국 초중고교는 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목을 자율 편성하고, 수업시간도 짜야

하는 등 학교교육의 혁신이 시작된다.

△과목수 축소, 집중이수제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 초ㆍ중ㆍ고교의 교과군 및 영역이 지금보다 줄어든다.

초ㆍ중학교의 경우 현재 10개인 국민공통 기본교과군(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외국어, 체육, 음악, 미술) 가운데 도덕, 사회, 과학, 실과, 음악, 미술이 통합돼 7개(국어, 사회ㆍ도덕, 수학, 과학ㆍ실과, 영어, 체육, 예술)로 축소된다.

고등학교는 인문사회(국어, 도덕, 사회), 과학기술(수학, 과학, 기술ㆍ가정), 예체능(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영어, 제2외국어), 교양(한문, 교양) 등 5개 영역이 기초(국어, 영어, 수학), 탐구(사회, 과학), 체육ㆍ예술(음악, 미술), 생활ㆍ교양(기술ㆍ가정, 제2외국어, 한문, 교양) 등 4개영역으로 재편된다.

특히 종전 교육과정에서 각 교과군에 분리돼 있던 국어, 영어, 수학을 `기초영역`이라는 하나의 교과영역으로 통합함으로써 기초 교육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초등 고학년은 10개 과목(국민공통 기본교과 10개), 중ㆍ고생은 11~13개(국민공통 기본교과 10개+교양교과 1~3개)를 배우고 있는데 초ㆍ중ㆍ고 모두 8개 이하로 줄어드는 것.

주당 수업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한 도덕, 실과, 음악, 미술, 체육 등은 매 학기 수업하지 않고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버리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된다.

집중이수제 역시 학기당 이수과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예체능 과목은 블록 타임제(3~4시간 연속 수업)를 적용할 수 있어 그만큼 수업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교육과정기간 조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변화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은 현행 10년(초1~고1)에서 9년(초1~중3)으로 1년 단축된다.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은 국민 누구나 반드시 배워야 할 교과목을 제시해 놓은 교육과정이다.

따라서 초1부터 중3까지는 국가가 제시하는 필수 교과목을 배우는 기간으로, 고교 3년간은 학교별 선택에 따른 교육과정으로 재편된다.

이는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의무교육 연한(중3까지)과 맞추고 고교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 대입 등을 고려해 학교별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게 하려는 취지다.

고교 3년이 모두 선택중심으로 전환되지만 교과영역별로 최소 이수 단위(기초 45단위, 탐구 35단위, 예체능 20단위, 생활ㆍ교양 16단위)를 설정해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는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80개나 되는 고교 선택과목은 사회과 선택과목의 경우 현재 13개에서 9개(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로 축소된다.

국어 선택과목은 학생 수준별 선택이 가능하도록 화법과 작문IㆍII, 독서와 문법IㆍII, 문학IㆍII로 바뀐다.

고등학교 총 이수단위를 204단위로 축소하고 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교육과정을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인정해 준다.

정부의 정책비전인 `녹색성장`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환경`을 생활ㆍ교양영역에 `환경과 녹색성장`이라는 과목으로 재편했다.

△단위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의 자율성

교육과정 편성 및 시간배당기준에 제시된 교과군별 기준 시수의 20% 범위에서 학교별 증감 편성이 가능해져 학교 특성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된다.

교과영역별로 최소 이수 단위를 채운 뒤 나머지는 학교 특성에 따라 편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공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수학, 과학을 더 배우게 하고 예체능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체육, 예술 등을 더 배우게 하는 식이다.

이는 학교의 여건과 교육주체의 요구 및 수준에 맞춰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학교 특성화 및 학생의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추구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학입시 위주 교과편중, 예체능 또는 선택과목 홀대 등으로 인한 대학입시위주 교육을 더욱 부추겨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이번 개정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다. 그동안 특별활동, 재량활동으로 구분된 비교과영역의 시간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해 정식 교육활동영역으로 정한 것.

국내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도를 점차 확대하면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대학입시전형의 중요한 사정기준으로 삼고 있어 학교교육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개성신장 및 여가선용, 창의성 개발, 공동체의식 함양,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활동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체험활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

시수는 초중학교 주당 평균 3시간 이상, 고등학교는 현행 주당 평균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했다.

현재 초등학교 창의적 재량활동은 국가나 지역 교육청에서 이수해야 할 내용을 정해주고 있어 재량활동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교과 보충학습으로 변질돼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 중학교 단계에도 일부 선택과목을 도입해 한문, 정보, 환경, 생활 외국어, 보건, 진로와 직업 등의 과목을 설치하기로 했다.

진로와 직업은 원래 고교 과정에 있던 과목이나 조기 진로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학교 단계로 끌어내렸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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