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帳卷空牀(지장권공상) 책갈피가 책상위에 뛰논다.
靜是眞消息(정시진소식) 고요함은 이것이 진정 소식이러니
吟非俗肺腸(음비속폐장) 읊조리는 시구 속세의 마음 아니라네.
園林坐淸影(원림좌청영) 정원 숲속의 맑은 그늘 아래 앉아
梅杏嚼紅香(매행작홍향) 매실과 살구 씹으니 붉은 향기 그득하다.
誰住原e¥¿寺(수주원서사) 누가 원서사에 머물러
鐘聲送夕陽(종성송석양) 종소리를 저녁 햇살 아래 보내는가.
`국역 철성연방집`
(도서출판동강폼, 2008)
한시 `초당`의 저자 이암은 초명(初名)이 군해, 자(字)는 고운(古雲)이었다. 공민왕 13년(1364년)에 공(公)이 돌아가시니 임금께서 시호를 문정(文貞)이라 하였고, 다음 해에는 화공에게 공의 초상을 그리게 하고 술을 내려 제사를 모시게 했다. 공의 벼슬은 충목왕 때 찬성사와 충정왕 때 좌정승에 이르렀고, 잠시 벼슬에 물러나 있다가 공민왕 때 다시 수문하시중을 역임했다. 홍건적 침입 때는 병마도원수직을 감당하여 외적의 침입을 격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선 전기 최고의 시인인 서거정은 행촌(杏村) 이암의 시를 두고 `고고간결(高古簡潔)`이라 평했다. “靜是眞消息/吟非俗肺腸”이라는 시구는 이러한 이암의 고아(古雅)한 시경(詩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마지막 시구 “誰住原西寺/鐘聲送夕陽”은 현대시의 경계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