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성동 유림노인정 어르신들 망연자실

“아이고 가호 띠기(댁)도 죽었나, 춘호 엄마도”

며칠 전만 해도 추운 날씨에도 항상 따뜻하고 웃음이 넘치던 경주시 황성동 `유림노인정`.

지난 16일 발생한 참사로 매서운 날씨 만큼 썰렁하기만 하다.

17일 오전 10시 이 노인정에 최고령격인 최분희 할머니(90)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자그마한 몸매와 얼굴에 진 주름이 연세를 말하듯 한마디, 한마디가 애절하다.

최 할머니는 매일 만나던 자식뻘 노인들의 `댁호`를 부르며 사망 여부를 확인하듯 출석을 부른다. “전부 동네 사람들인데 우야노! 늙은 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라며 넋두리를 한다.

사망자들의 평균 나이가 70대지만 구순의 최 할머니에게는 모두가 자식 같다.

최 할머니와 함께 대화를 나누던 도외선(74) 할머니는 두 달전에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전날 온천관광길에 빠졌던 것.

도 할머니는 “팔만 안다쳤으면 나도 황천갔을 지도 모르지. 아이고, 이자(이제) 누구와 민화투를 치노. 친구들이 다 죽었뿟는데”라며 한숨을 쉰다.

취재를 하는 동안 참변을 당한 노인들의 목욕가방 4개가 20여평 남짓한 방안 한켠에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돼 흙이 묻어 있는 목욕 가방에는 온천욕을 하면서 사용했던 수건에 아직 물기가 촉촉히 남아있었다.

경주/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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