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신부·스님 모임 33번째 만남

“해마다 아기 예수님이 오실 때 쯤이면 구유를 만듭니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설렘, 기쁨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겁니다.”

지난 15일 낮 12시 포항 천주교·불교 성직자 모임이 포항시 북구 죽도동 소재 천주교 죽도성당에서 제33차 정기모임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지역 신부님, 스님들의 이날 모습은 더욱 반가운 표정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죽도성당이 성탄을 맞아 스님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 특히 올해 마지막 모임이어서인지 예상보다 많은 양 종교 성직자들이 참석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천주교 측은 스님들에게 수녀님들이 직접 제작한 성탄 구유를 선물로 준비해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함께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종교계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논의하고 힘을 모으고 부활절이나 부처님 오신날 등 상대 종교의 기념일에는 축하 현수막이나 꽃을 전달하면서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전해오기는 했지만 이날처럼 특별한 성탄절은 처음이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을 초대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 전재천 신부는 앞으로 양 종교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자며 스님들을 환영했고 종교적 차원에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함께 해나가는 양 종교의 역할들을 강조했다.

지난 2005년 3월 첫 만남을 가진 이후 지역의 종교평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은 내년 4월께에는 양 종교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다.

지난 2007년 5월 개최한 `천주교-불교 상생과 평화의 음악회`에 이은 두 번째 문화행사이다.

다종교 사회에서 서로 상이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종교간의 상생과 평화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데서 비롯되는 만큼 양대 종교의 일면을 한자리에 모으는 공연을 통해 상생과 평화의 길을 제시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전재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 신부와 종문 포항불교사암연합회장 스님, 이원기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평신도협의회장 등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포항지역 신부와 포항불교사암연합회 스님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포항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종문 스님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와 오래 전부터 함께 정기 모임을 가져왔다. 전 주교대리 신부님과 내연산 등산을 한 적이 있고, 함께 신자들과 함께 양 종교 합동 음악회도 개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큰 선물은 처음”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전재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 신부는 “스님들이 매년 성탄절을 축하하고, 부처님 탄신일에는 우리가 축하를 전하는 것이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펼치는 것이다. 종교를 떠나 이런 것이 하느님의 뜻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포항불교사암연합회는 16일 지역 성당에`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합니다`란 내용의 성탄 축하 현수막을 내걸어 지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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