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남자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 후 의식불명상태로 새벽 2시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저녁 10시경 갑자기 생긴 두통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두통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새벽 1시30분경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후 “나를 에스포항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는 말을 남기고 쓰러졌다. 나중에 물어보니 평소 뇌졸중이 겁이나 전문병원에 가서 한번 검사를 받아 보리라 생각 했었단다. 부인이 119에 전화 한 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자는 아들을 깨워 환자를 업고 승용차에 환자를 태워 에스포항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응급실 내원 5분만에 환자의 심장이 멎어버렸다. 에스포항병원 응급 의료진은 응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고 약 20분만에 심장 박동이 돌아오고 활력징후가 회복되었다. 병력상 매우 위급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미 수술 팀은 수술준비를 마친 상태로 곧바로 응급 뇌 검사를 시행하였다. 박리성 뇌동맥류가 터져서 생긴 뇌출혈을 확인하고 바로 응급 뇌수술을 시행 하였고 2차에 걸친 수술은 오전 10시경 끝이 났다. 중환자실에서 집중가료를 병행하였고 3일이 지난 후 환자의 의식은 회복되었고 1주일 후 일반병실로 이실 하였으며 어떠한 신경학적 손상 없이 완벽히 회복되었다. 또 한 명의 귀중한 생명이 뇌졸중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완벽한 응급 대처 및 수술이었다.

박리성 뇌동맥류라는 병은 매우 생소한 병이다. 이는 뇌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3개의 막이 찢어지면서 그 틈으로 피가 혈관을 박리시켜 각종 문제를 만드는 병이다. 흡사 증명사진을 이력서에 붙일 때 사진두께를 반으로 가르듯이 혈관이 갈라지는 것처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가장 경미한 형태는 제일 안쪽 막만 찢어져 박리되는 순간 극심한 두통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고, 다음 단계가 찢어진 틈으로 피가 스며들어가면서 피떡이 생기고 이 피떡이 혈류를 타고 날라가 작은 혈관을 막게 되어 뇌조직을 죽게 만드는 이런바 뇌경색이 생기는 형태이며, 가장 심한 상태는 3개의 막이 모두 찢어지면서 심한 뇌출혈이 생기는 것으로 이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다. 이 상황은 찢어지는 순간부터 환자의 심장이 멎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 수술대 위에 누울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병중에 하나이다. 원인은 아직까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환자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번밖에 없는 매우 위중한 병이다.

찢어진 부위를 완벽히 그리고 가장 빠르게 막고 뇌로 가는 혈류를 회복시키는 것만이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위의 환자는 약 10시경에 제일 안쪽 막이 찢어진 것으로 보이고 새벽 1시30분에 모든 막이 다 찢어지면서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환자가 10분이라도 지체하여 집에서 이송도중 심장이 멎었다면 수술대 위에 누워 보지도 못하고 사망하였거나 설사 수술을 하였다손 치더라도 식물인간 상태에서 평생 많은 고통 속에서 살게 되었을 것이다.

뇌졸중은 가능한 한 평생에 걸쳐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따라서 미리 상태를 확인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생긴다면 초기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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